韓·美 균열 재점화...뭉치는 북·중·러
최종수정 2018.10.12 10:20기사입력 2018.10.11 11:17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2018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불과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ㆍ24 제재 해제 검토 발언에 '어깃장'을 놓은 것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확실한 의중의 표명이다. 한국 정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경고해야 할 상황에 왔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북ㆍ미 간 대화를 촉진하겠다는 의도라고 해도 10일 강 장관의 발언은 한미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분열만 야기했다. 마침 이날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외교 차관회의를 통해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며 단결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대비된다.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북ㆍ중ㆍ러의 입장에 동조한 꼴만 됐다.

미국의 반응을 떠보려 했던 것이라고 해도 경솔했다. 발언 장소가 국정감사장이다. 국감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다. 얼마든지 미국도 발언 장면을 되돌려 가며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변명이 어렵다. 강 장관이 미국과의 협의에 본격 등장한 후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앞서 강 장관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핵리스트 제출 제외를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북상 중인 허리케인 '마이클'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경화 외교장관의 '5·24 제재'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남북연락사무소, 개성공단 재개, 철도 문제 등에서 미국은 번번이 우리 정부와 엇박자를 냈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여전히 낮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표를 정해두고 남북관계 개선 속도를 높이다 보니 미국과 출동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과 신뢰를 회복해 비핵화를 주도하기 위함이라 해도 연이어 불거지는 미국과의 불화설은 북한 비핵화의 동력만 깎아먹고 있다.
오히려 이번 논란을 통해 우리 정부는 미국에 주도권을 뺏길 처지다. 트럼프 행정부는 11월6일 중간선거 이후 열릴 2차 북ㆍ미 정상회담과 이를 조율할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라인의 실무협상을 앞두고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완화' 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매우 중대한 제재들을 유지하고 있다"며"나는 그것들(제재)을 해제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려면 우리는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를 잇따라 방문했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1일 중러 순방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 중간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시점도 좋지 않다. 중간 선거에 승부를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강 장관의 발언이 반가울 수 없다. 한국의 외교부 장관이 김을 새게 만든 격이다.

강 장관의 발언은 흐름도 읽지 못했다. 이날 북한 비핵화를 두고 한미 관계가 갈등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일본의 보수 매체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강력히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파급효과를 우려한 외교부가 폼페이오 장관이 격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강 장관은 국감장에서 해명해야 했다.

미국이 바라는 것은 5ㆍ24 조치 해제가 아니라 북ㆍ미 실무 협상의 시작이다. 국무부는 10일(현지시간)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의 빈 실무협상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필요한 것은 북한과의 실무협상인데 엉뚱하게 한국에서 균열이 발생한 셈이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서로 솔직하게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들은 여러 번 이런 것들을 극복할 수 있다"며 "정부 내 모든 레벨에서 정기적으로 조율되고 있으며, 이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율을 하지만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미 온라인 매체 복스는 강 장관의 발언을 예로 들며 "대북제재를 풀고 싶어하는 한국의 정책이 트럼프 정부의 북한 비핵화 계획을 죽이고 있다"고 표현했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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