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국 학교 '농구공' 조사 대소동, 알고보니…

지난주부터 교사들 농구공 숫자·브랜드 조사 지시 받아...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정감사' 자료로 요구...교사들 "무분별한 국감 자료 요구 근절되야" 반발

최종수정 2018.10.11 15:27기사입력 2018.10.11 10:45
농구공. 자료사진. 기사와 관련이 없음.

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주부터 전국 각급 학교에서 일고 있는 농구공 브랜드 조사 소동은 국정감사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일선 교사 및 국회 신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ㆍ도 교육청은 지난 주 일선 학교에 일제히 '긴급' 표시가 된 공문을 보내 보유한 농구공 숫자와 브랜드 종류를 파악해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교사들은 최근 끝난 중간고사 마무리 등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영문도 모른 채 체육관 등에 보관된 농구공들을 일일이 꺼내 숫자 및 브랜드 종류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알고 보니 이같은 소동은 신 의원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신 의원실은 일부 브랜드 농구공 표면에서 납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입수한 후 각급 학교가 이 농구공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 지 조사, 국감에서 문제 제기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신 의원 측이 이같은 조사 취지를 시ㆍ도 교육청에만 설명했을 뿐 일선 학교에 내려 보낸 공문엔 적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자료 요구는 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는 국회법 제128조를 어겼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선 교사들은 "안 그래도 잡무에 바쁜데 웬 농구공 브랜드 조사냐"며 강력 반발했다. 한 교사는 소셜네트워크에 글을 올려 "국회의원들이 교사들을 국민이라고 생각한다면 왜 이 요구 자료가 필요한 지 쯤은 명시했으면 한다"며 "어떤 법을 만들기 위한 것인지, 대체 무엇때문인지,아이들을 위한 건지, 뭔지 교사를 지들 밥으로 생각하는게 아니라면 예의는 갖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구공 갯수와 메이커 이름을 왜 조사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나. 국회의원 이름 석자만 떡하니 대면 이유불문 당장 해바쳐야 할 일인가"라고 호소했다. 신 의원실에도 일선 교사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라는 교사 단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려 국회의원들의 무리한 국감 자료 요청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청원글에서 "각종 자료 제출 요구로 이를 처리하는 행정기관들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학교에서는 이런 요구에 응하느라 때로는 수업마저 파행을 겪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7일 게시된 이 글에는 이날 오전 10시 현재 5602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신 의원실 관계자는 "시ㆍ도 교육청에는 사유를 알렸지만 국감을 앞두고 정보가 샐 경우 해당 브랜드 업체가 은폐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일선 교사들에게 보낸 공문에선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며 "위원회 차원의 공식 자료 요구는 의결을 거치지만, 개별 국회의원들도 얼마든지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신 의원은 최근까지 국토교통위원회에 소속돼 있다가 3기 신도시 개발 후보지 정보를 유출하는 등 물의를 빚어 환노위로 옮겨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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