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혜화역 시위, ‘문자 총공’ …문자 테러?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9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혜화역 시위, ‘문자 총공’ …문자 테러? 6월 9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몰래카메라) 사건'에 대한 경찰의 성(性)차별 편파 수사를 비판하며 삭발식을 진행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AD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불법 촬영(몰카)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6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가운데 집회 참석자들은 ‘여성 범죄 처벌 강화’ 취지를 담은 문자 메시지를 국회의원들에게 함께 전송하는 이른바 ‘문자 총공’ 퍼포먼스를 벌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의회 민주주의 부정’, ‘문자 테러’ 라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한국 사회에서 각종 범죄로 인해 여성이 겪을 수밖에 없는 불안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정당한 ‘정치 참여’라는 의견도 있다.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5차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이번 집회도 앞서 열린 집회와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은 지난 집회 때와 같이 붉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은 사법부의 몰카 판결을 규탄했다. 주최 측은 “불법 촬영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 입법부와 사법부가 안일한 법적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을 넘어 편파판결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최 측은 무대 스크린에 문희상 국회의장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이들에게 ‘여성혐오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하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집회 참석자들과 같은 시간에 보내는 ‘문자 총공’ 퍼포먼스를 벌였다.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은 “불법촬영물을 이용한 디지털 성폭력이 점점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법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법안을 통과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편파판결을 규탄한다”, “(검찰)총장·(경찰)청장 여성에게 내놓아라”,“여성장관 100% 임명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혜화역 시위, ‘문자 총공’ …문자 테러? 국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종의 ‘문자 테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오후 10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집회를 주최하시는 여러분께 경고한다”면서 “오후 4시30분부터 1만5천여개의 문자폭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저는 ‘여러분의 주장이 옳다’고 즉 ‘워마드를 이해해야 하며 반성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국회 법사위 질의를 통해서도 법무부 법원행정처에 맹성을 촉구했다”면서 “그러나 귀하들은 무조건 정치인에게 무차별 문자폭탄을 가하고 있다”고 집회 주최측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귀하들 때문에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잃게 되고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면서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최 측의 주장 그대로 여성을 상대로 하는 성범죄를 현행법이 따라갈 수 없어 신속한 보완 입법 처리를 촉구하는 정당한 ‘정치 참여’라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사회 안전에 대해 여성의 50.9%가 ‘불안하다(2016년 기준)’고 답했다. 이는 남성(40.1%)보다 10.8%포인트 높은 수치다.


또 2006년 여성의 성폭력 피해 건수는 12,403건이었으나 2016년 26,116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폭행은 2,231건에서 55,175건으로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날 집회에서 나온 ‘문자 총공’은 ‘문자 테러’ 가 아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불안감을 해소해달라는 절박한 목소리라는 의견도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여성 인권 신장 취지의 관련 법안은 7월 말 기준 132건에 달한다.


대표적인 법안은 ‘자신의 몸을 촬영한 촬영물도 타인이 동의 없이 유포한 경우’ 성범죄로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과(몰카 관련 법안), 최근 대법원이 성관계 영상 화면을 휴대전화로 재촬영해 타인에게 전송해도 최초 촬영한 영상이 아니면 성폭력처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해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한 새로운 법안 등이다.


또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인터넷에 피해자 신상을 공개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형 등에 처하는 법안도 현재 계류 중이다. 온라인 불법 영상물을 삭제하는 데 드는 비용을 피해자 부담이 아닌 국가가 지원하거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강간·강제추행을 저지른 가해자는 신상을 무조건 공개하는 법안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여야 위원 전원 17명은 지난 8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법과 사법, 행정 모두가 낡은 성차별과 여성폭력의 사회를 끝내는데 본연의 역할을 해주기를 강력히 기대하고 있다”면서 “여성 시민들의 외침에 응답해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집회 참석 인원은 주최 측에 따르면 총 6만명이 참가했다. 이런 가운데 집회 도중 신원을 알 수 없는 2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비비(BB)탄 총을 꺼내 들어 경찰이 총을 빼앗는 소동도 벌어졌다. 경찰은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