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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남기는 상처…출구 없는 '가정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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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남기는 상처…출구 없는 '가정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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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A(24)씨는 지난달 17일 아버지와 누나를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A씨는 "새 침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난동을 피우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어머니는 "A씨가 어릴 때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해 우울 장애를 앓았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법원은 "죄질이 지극히 패륜적이고 잔인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월에는 전남 목포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도중 아내를 흉기로 위협하고 주먹으로 때린 남편 B(50)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아내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과 대치하면서 집 안에 불을 지르고 자해소동까지 벌였다. 작은 방에 숨어 있던 아내는 안전하게 대피했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범죄였다.


부부, 부모 자식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가정 내 폭력'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집안 일"이라며 가볍게 인식했던 사건들이지만 최근에는 그 범행 수위나 죄질이 흉악해지면서 웬만한 강력범죄 못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가정폭력 발생 건수는 4만5619건에 달한다. 2013년 1만6785건이었던 범행 수는 3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가정폭력으로 처벌 받은 사람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도 매년 3~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패륜범죄'로 꼽히는 존속 폭행·상해·살해도 적지 않다. 존속 범죄 건수는 2012년 956건에서 지난해 1962건으로 5년 만에 2배 증가했다. 존속 폭행이 전체의 67.4%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존속상해와 협박, 살해도 적지 않았다.


명절이 남기는 상처…출구 없는 '가정 폭력'


이 같은 범죄들은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면 더욱 심해진다. 실제 지난해 1월 설 연휴 중에는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 집을 방문한 중년 남성이 친형을 흉기로 찔러 긴급 체포됐다. 올해 설 명절에도 60대 남성이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해 부인과 딸에게 흉기를 휘두른 일이 있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2018년 2월까지 최근 3년간 설과 추석 명절 연휴 기간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는 3만3549건에 달한다.


지난해 설·추석 연휴 14일 동안에만 무려 1만4436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하루 1031건 꼴로, 명절을 제외한 다른 날에 비해 47% 정도 많은 수치다.


명절 가정폭력은 매년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평소 교류가 많지 않았던 가족들이 연휴에 모여 재산이나 부모 공양 등을 놓고 논의를 하다가 감정이 격해져 폭력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매년 명절 기간 범죄 예방을 위해 특별치안 활동을 벌이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가정폭력 범죄의 특성 상 자택 등 은밀한 곳에서 범행이 이뤄지고 당사자의 신고가 없으면 적발도 쉽지 않다. 실제 가정폭력으로 가해자가 처벌까지 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족의 빈곤이나 복수, 아이의 진로 문제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가정폭력 상담소 협의회 등은 가정폭력 예방과 재발방지를 위해 상담 프로그램이나 피해자 지원정책 등의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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