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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권평오 KOTRA 사장 "러시아 편견 버리면 기회 보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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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권평오 KOTRA 사장 "러시아 편견 버리면 기회 보일 것" 권평오 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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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러시아에 대한 편견을 버리면 기회가 보입니다.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 관료주의로 물든 국가로만 치부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충분히 좋은 기회가 많이 있을 것 같아요."

권평오 코트라(KOTRA) 사장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그 길을 뚫고자 하는 사람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 극동 지역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 기업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권 사장은 지난 12일 '제4차 동방경제포럼'이 열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아시아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해외 진출 관련) 아무 것도 해보지 않은 채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해외 기업과의 협력 및 시장 개척은 우리 기업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사회에서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어 외국과의 경제 협력이나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의 기회도 갈수록 적어질 수 있다는 게 권 사장의 우려다.

권 사장은 또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나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은 젊은이들에게 "물건만 팔려고 하지 말고 수출 환경이나 사업 환경을 종합적으로 좀 더 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눈높이를 자신의 경쟁력에 맞추고 현지 창업 등 새로운 기회를 스스로 발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사장은 지난 4월 KOTRA 사장에 취임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처음인가. 취임하고 해외 무역관 회의를 처음 개최한 곳도 러시아였는데.
▲지난 5월1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첫 무역관장 회의를 열었다. 정부의 신북방 정책에 맞춰 최초의 한류 박람회 '모스크바 한류 박람회' 점검 차원에서였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처음이다. 모스크바에 비해 한적한 시골 느낌이다. 잠시 짬을 내 독수리 전망대에 올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을 내려다 보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적으로 잘 닦았으면 미항이 됐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도 충분히 가꿀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많은 것 같다.


-우리 기업인들 만나 어떤 이야기 주로 나눴나. 대기업은 잘 안 보이고 중소기업이 고군분투하는 느낌을 받았다.
▲제조업 분야는 시장이 워낙 작기 때문에 대기업이 진출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9개 극동 러시아 도시의 면적이 남북한의 22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600만명밖에 안 된다. 이곳에서 물건을 만들어 시장이 큰 서부로 보내기에는 물류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다만 극동 러시아는 원료가 풍부하기 때문에 음식료품 가공업이나 서비스 등 분야에 진출해 내수를 보지 말고 한국이나 일본, 중국으로 역수출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제조 기업이 오려면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이 함께 와야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남의 나라에서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다. 처음부터 너무 크게 시작하려고 하지 말고 한인 비즈니스 사회에 들어가 정부 기관에 도움도 요청하고 기반을 닦아나가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신동방 정책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북방 정책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은가.
▲우선 중차대한 시기에 하루라도 빨리 북방경제협력위원장 인선이 이뤄져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북방 지역은 풍부한 자원과 인구 등으로 우리나라와 경제적으로 상호 보완성이 커 경제 협력을 확대하면 그만큼 윈윈 효과가 나올 것이다. 우선 보건의료나 관광, 목재가공 등 분야에서 성과 창출이 가능하며 대규모 개발 계획과 자원이 필요한 항만, 가스, 철도 등 인프라 사업은 중장기적인 협력 분야로 삼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오랜 관료 경험을 토대로 현 정부에 조언한다면.
▲국가 간 경제 협력의 근본적 출발점은 그 나라에 니즈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나라에는 자국 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이 있다. 그 니즈에 맞춰 우리의 강점과 노하우를 접목해야 한다. 디맨드(수요)와 서플라이(공급)를 잘 연결해 서로 협력할 프로젝트를 도출하고 추진하면서 진전을 점검하고 애로는 해결하는 메커니즘이 가장 바람직하다.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 기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2년 차로 접어든 시점에서 신북방이나 신남방 정책도 좀 더 체계화해 발전시키는 게 좋겠다. 지난주에만 외국 대사 5명을 접견했는데 이런 방향에 모두 공감한다. 그래야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고 행여나 남북 관계가 예상치 못한 변수를 일으킬 수도 있다.
▲현존하는 변수는 우리가 극복해나가야 한다. 물론 러시아가 궁지에 몰려 있고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우리에게 더 러브콜을 보내는 측면도 있다. 어려울 때 친구는 진짜 친구라는 인식을 갖고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KOTRA 사장으로 해외를 많이 다니고 기업인들도 많이 만나는데.
▲외국 기업이나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을 만났을 때의 종합적인 느낌은 지금이 정말로 중요한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외국이나 외국 기업이 우리와 협력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돼있지만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훅 지나갈 수도 있다. 우리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 빨리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든다.


-해외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청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KOTRA는 해외 취업 알선이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인데 1년에 700명 정도 보낸다. 올해는 760명에게 해외 일자리를 찾아줄 예정이다. 요새 젊은 사람은 국내에서도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은 가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해 700명 중 220명이 일본에서 취업을 했는데 도쿄나 오사카 같은 큰 도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본의 경쟁력 있는 대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3~6개월 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스로의 경쟁력은 생각하지 않고 눈높이만 높여서는 안 된다. 두 번째로 해외에서의 비즈니스 환경 지식을 알고 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초임 급여가 높은 반면 일본은 낮게 시작해 3년 정도면 수직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못 참고 3년 안에 그만 둔다. 세 번째는 취업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청년은 라쿠텐에 취업했다가 2년 전 창업했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야말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좀 더 큰 시각으로 보면 좋겠다.

[아시아초대석]권평오 KOTRA 사장 "러시아 편견 버리면 기회 보일 것" 권평오 KOTRA 사장



☞권평오 사장은 무역·통상 30년 정통 관료


권평오 KOTRA 사장은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84년 상공부에 들어가 2013년 무역투자실장으로 약 30년의 관료 생활에 마침표를 찍기까지 무역과 통상 분야에서 주로 일했다. 권 사장은 KOTRA와 자신의 인연은 운명이라고 소개한다. 상공부 시절 KOTRA 지원 업무만 사무관과 과장, 실장을 지내면서 세 번이나 맡아 누구보다 기관 내부 사정에 밝았다. KOTRA 사장 부임 직전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내면서 국제 감각을 쌓은 것도 KOTRA로 오기 위한 준비였던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권 사장은 취임 후 10개국 11개 도시를 방문할 정도로 강행군을 하고 있다. 다음 달에도 문재인 대통령 해외 순방을 포함해 세 차례 출장 길에 오른다. 지난 12일 기준 거리로는 5만7379마일(9만2345㎞)로 지구 둘레로 따지면 2.31바퀴를 돌았다. 국가로는 러시아를 세 차례 방문해 가장 많았다.


내부적으로는 '작은 혁신' 시리즈로 조직 문화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취임 후 첫 지시로 불요불급(不要不急)한 보고서를 만들지 말 것을 주문했다. 보고를 위한 보고는 원하지 않으며 핵심만 간추려 A4 용지 1~2장 내외로 작성해 보고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권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KOTRA다운 KOTRA'로 KOTRA는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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