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출연시켜줄게”…‘자식 바보’ 학부모들 울리는 아역 전문 기획사
최종수정 2018.09.14 16:11기사입력 2018.09.14 10:57

방송 출연 등 연예 활동 빌미로 수강 유도
놀이공원·키즈카페 등에서 "아이가 예쁘다" 접근
수년 간 방송 출연 못하고 수강료만 지불…피해 사례도 속출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아이가 너무 예쁘네요. 연예인 시켜 볼 생각 없으세요?”

학부모 신주영(42·가명·여)씨는 요즘 자녀 문제로 근심이 깊다. 연예인이 꿈인 초등학교 5학년생 딸이 2년 전 우연한 기회로 아역 전문 연예 기획사에 들어갔지만 사기를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딸과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던 신씨는 한 남성으로부터 “아이가 너무 예뻐서 그러는데 사진을 몇 장 찍을 수 있겠느냐”는 말을 듣고 이를 수락했다. 자신을 아역 전문 연예 기획사의 실장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신씨에게 “딸이 끼가 넘친다”며 회사에 와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며칠 후 기획사에 방문한 신씨는 곧바로 회사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가 예쁘니 레슨을 받고 실력을 키우면 1년 안에 데뷔도 가능할 것 같다”며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다. 매월 30만원의 레슨비가 들어갔지만 방송 출연 등 딸의 연예활동을 보장한다는 설명에 흔쾌히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러나 2년 동안 신씨의 딸은 방송에 얼굴을 비추지 못했다. 몇 번이나 기획사에 문의를 했지만 매번 “자리가 다 찼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자녀와 함께 있는 학부모에게 접근해 자녀를 연예인으로 키워주겠다며 수강료를 내도록 유도하는 일명 ‘길거리 캐스팅’은 고전적인 수법이다. 하지만 자녀의 희망에 못 이겨, 때론 부모의 욕심 때문에 이 같은 사기 행태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들 기획사는 계약을 하면 일정 기간 레슨을 받은 후 CF나 영화, 드라마 등에 출연하게 해주겠다고 학부모들을 유혹한다. 학부모의 신뢰를 얻어내기 위해 기획사를 통해 방송에 출연했다는 아역 배우들의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길거리 캐스팅이 이뤄지는 장소는 주로 백화점이나 놀이공원, 키즈카페 등이다. “아이가 예쁘다”, “연예인 기질이 있다”고 접근해 명함을 건네는 등 수법도 매한가지다.

학부모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의 성토가 줄을 잇는다. 대부분 월 30만∼40만원에 달하는 레슨비를 기획사에 냈지만 아예 출연 기회조차 못 얻었다는 내용들이다. 아이와 함께 가다가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는데 사기가 아닌지 걱정된다는 글도 많이 올라와 있다.

유영무 법무법인 조인 대표 변호사는 “구두로 약속한 내용을 믿고 계약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가 추후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획사가 연예인으로 성장시켜 줄만한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데도 수강료를 받기 위해 계약을 했는지 여부가 계약의 사기성을 따지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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