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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박항서 매직에서 배우는 현지 생존전략
최종수정 2018.09.12 11:45기사입력 2018.09.12 11:45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진출한 베트남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박항서 감독을 두고 전 베트남이 들썩인다. 심지어 "베트남 팬들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의 가짜 페이스북 글에도 "당신이 자랑스럽다"는 격려 글이 3시간 만에 5000건을 넘어섰다. 가히 박항서 신드롬이다.


하지만 작년 9월 감독 발탁 당시 현지 언론의 불신과 베트남 국민의 반신반의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전임 감독이 일본 출신임을 들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더 낮은 한국 출신 기용에 의문을 제기했고, 한국 내 3부 리그 출신이라는 편견도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이런 편견이 기우였음을 입증하는 데는 한 계절이면 충분했다. 지난 1월 아시안컵 결승, 9월 아시안게임 4강에 이르기까지, 베트남 축구 역사를 연이어 다시 쓰고 있다. '박항서 매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시선을 돌려보자. 박항서 매직과 함께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은 현재 베트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베트남 내 설립된 한국 기업은 6000개가 넘었고, 영어나 일어 대신 한국어를 외국어로 택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열풍 이면에 안타까움도 상존한다. 올해 초 동나이성의 한국 기업이 베트남 근로자 2000여명의 급여 및 사회보험료 약 15억원을 체불하고 야반도주했다는 소식, 호찌민에서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 수백여 명을 뒤로한 채 도주한 한국 기업들의 소식이 연이었다. 급기야 총리실까지 나서 한국 기업 근로자 피해 대책을 지시했다는 현지 보도도 있었다. 하노이 교민 단체카톡방에서도 공장, 가게 폐업 및 양도 매물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의욕적으로 도전했지만 베트남의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특히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생존은 그리 녹록지 않은 과제다.

우리는 '매직'에 환호한다. 찰나의 순간에 이뤄지고 화려하다. 따라 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박항서 매직은 오묘한 연금술도, 찰나적인 눈속임도 아니다. 화려하지 않은 이력,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 언어적 장벽, 불과 수개월 뒤 아시안컵을 치러야 하는 압박감 등 모든 악조건 속에서 일궈낸 땀의 결실일 뿐이다.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이 박항서 매직에서 생존 전략을 배워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첫째, 그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 프로였다. 최근 인터뷰에서 "성인팀 감독은 절대로 선수를 만들어 쓸 생각을 하지 말고 (선수들이) 갖고 있는 실력을 극대화해라. 시간은 너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스승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을 언급했던 그는 주어진 여건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한 후에 자신의 프로 근성을 입혀 생존과 성공의 확률을 높였다.


둘째, 자신감을 팀과 함께 나눴다. 119분을 잘 싸우고도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졌던 아시안컵 결승전. 의기소침한 라커룸을 찾아 '최선을 다했는데 왜 고개를 숙이느냐'라고 격려한 박 감독의 모습은 호찌민의 한 고등학교 논술 문제에 나오기도 했다. 약점으로 지적된 체력 문제를 극복하면서 16강전, 8강전에서는 연장전에서까지 상대팀을 압박했고, 3대 0으로 패색이 짙던 한국과의 준결승전 후반에는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국민과 나눴다.


이러한 성과에도 그는 겸손하다. 공항, 호텔 로비, 길거리를 불문하고 사인과 사진을 청하는 누구에게나 흔쾌히 응하는 모습은 박 감독의 대명사가 됐다. 'Give A Dream'은 그가 베트남 내 소외된 아이들을 직접 방문, 축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자선 프로그램이다. 그 때문일까. 실력에 더해 겸손함과 공감 능력까지 갖춘 이 이방인 감독은 베트남 진출 1년 만에 생존을 넘어 베트남 축구의 아이콘, 아이돌로까지 등극했다. "영원히 우리와 함께해달라"는 팬들의 응원 속에.


김태호 베트남 KIMC 투자컨설팅 대표·Campus K Co-work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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