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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풍의 허와 실] ‘장풍 도사’ 손끝 통해 전해진 오묘한 기운, 그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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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에서 말하는 ‘장풍’ 아닌, 치유위한 ‘운기방사’ 목적 강해
실제 온몸 관통하는 뜨거운 기운은 있으나, 신체 좌지우지할 만큼의 강력함은 없어

[장풍의 허와 실] ‘장풍 도사’ 손끝 통해 전해진 오묘한 기운, 그 진실은? 직접 필자에게 기를 빨아들이는 '흡기'를 시연해 보이는 양운하 회장. 사진 = 최종화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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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무협을 영어로 번역하면 ‘오리엔탈 판타지(oriental fantasy)’가 된다. 길쭉 뻗은 두 손에서 장풍이 나가고, 건물과 나무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손가락 몇 번 짚어내면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무림고수의 모습은 유년 시절 한 번쯤은 봤을 중국 무협영화의 익숙한 장면들이다. 그런데 한국에도 오랜 수련을 통해 장풍을 날리는 도사가 있다. 그는 한사코 무술이 아니라 기공이며 장풍이 아니라 운기방사라 역설하지만, 세상은 그를 ‘장풍도사’라 부른다. 한국 토속기공을 주창하고 지금도 수련을 계속하고 있는 양운하 한국토속기공학회 회장을 직접 만나 장풍의 실체를 직접 확인해봤다.


한때 일본으로 건너갈지 모른다던 기사를 마지막으로 한 그의 근황은 뜻밖에 강원도 춘천에서 멈춰있었다. 직접 그가 수련과 치료, 기공 지도를 한다는 수련원 건물을 찾아가 보니 생각보다 소박한 규모의 공간에 그의 수련장면을 촬영한 사진들과 인체해부도가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수련원 중앙에 걸려있는 그의 젊은 시절 사진은 머리 뒤로 하얗게 연기가 피어오른 다소 기묘한 장면의 포착이었다. “진짜 후광이 찍힌 거야. 사진사가 이상하다고 전화를 걸어왔더라고. 다른 사진은 안 그런데 이 사진에만 찍힌 거지.” 양 회장은 자신은 본래 무술을 해온 사람이며, 태권도, 활기도, 합기도, 쿵후 등 단수만 합쳐도 족히 수십 단이 넘는 지도자였지만, 22살 때 우연히 만난 스님의 조언을 듣고 기공에 입문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이력을 설명한다.


[장풍의 허와 실] ‘장풍 도사’ 손끝 통해 전해진 오묘한 기운, 그 진실은? 몇 차례 흡기를 통한 PD의 뒷걸음질 반응이 없자 양 회장은 "몸에 힘을 빼세요"란 말을 반복했다. 보다 기운을 잘 느껴보라는 것. 사진 = 최종화 PD


1999년 일본 아사히TV는 그를 직접 찾아 한강을 사이에 두고 장풍을 쏘며 건너편 사람을 잇달아 쓰러트리는가 하면, 동물원 사자에게 기를 쏘아 말 그대로 ‘기선제압’ 시키는 광경을 방송에 내보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과거 명성과 찬탄만큼이나 그 실증이 궁금해졌다.


그는 불신에 가득 찬 필자를 일으켜 세워 ‘흡기(기를 빨아들여 상대를 뒷걸음질 치게 함)’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필자를 세워두고 연신 손짓을 반복하던 그가 수십 초간 같은 동작을 반복하자 신기하게도 몸이 뒤로 당겨지는 느낌과 함께 자연스럽게 뒤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래도 못 믿는 기색이 보이자 그는 전면에 필자를 세워두고 ‘운기방사(運氣放射, 세칭 장풍)’를 시연해 보였다. “버티지 마세요. 힘을 빼세요. 기는 태풍이 아닙니다.” 연신 힘을 빼라고 종용하는 그의 말소리에 되레 힘이 빠지나 싶었지만 분명 전신을 향해 느껴지는 자기장과 같은 미묘한 기운은 어느새 필자를 뒤로 고꾸라지게 만들었다.


촬영 중인 PD까지 가세해 이번엔 치료를 위한 기공 동작을 선보이겠다고 나선 양 회장. 평소 허리가 좋지 않던 PD는 그가 기운을 주는 듯한 동작을 반복할수록 몸이 한쪽으로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필자 역시 치료를 위한 기공에서 오른쪽 팔이 들려 올라가는 기운을 경험한바, 이 미묘한 ‘기(氣)’의 세계에 할 말을 잃고 주저앉았다.


[장풍의 허와 실] ‘장풍 도사’ 손끝 통해 전해진 오묘한 기운, 그 진실은? 그는 반복적인 '운기방사'를 통해 몇 차례고 취재진을 바닥으로 넘어트렸다. 사진 = 최종화 PD


뜨거운 듯한 기운이 몸을 감싸고돌며 신체의 한 부위가 저절로 움직이는 광경은 하나의 자연치유라고 설명하는 양 회장. 그렇다면 누구나 수련만 게을리하지 않으면 운기방사가 가능할까? 그는 단전이 열리며 기를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치료를 위한 방사도 가능한데, 수십 년째 제자를 양성해왔지만 운기방사가 가능한 사람은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기공을 통해 불치병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필자와 촬영을 맡은 PD는 그로부터 ‘장풍’을 맞고, 치유를 위한 기 또한 받았으나, 실제 ‘치료’를 요할 만큼의 위중한 상태는 아니었으므로 기공으로 인한 치료적 효험을 입증할 수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장풍’의 과장된 묘기 대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한 주파수와 같은 기운은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양 회장은 연신 웃으며 말한다. “기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시각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어요. 다만 당사자가 느끼고 믿는 수밖에.” 그는 오늘도 자신의 수련원에서 느릿하지만 깊은 내공이 숨어있다는 토속기공 수련에 여념이 없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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