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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BTS 병역특례 논란과 공유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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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BTS 병역특례 논란과 공유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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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되는데 BTS는 왜 안 되나?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병역특례 논란 뒤끝이 작렬하고 있다. 축구팀 금메달까지는 몰라도 무려 43명이 병역특례 대상이라고 알려지자 난리다. 야구팀은 죄다 로또 금메달이라고도 하고 펜싱과 축구 대표 중에서는 조기 전역도 한다니 열 받기 십상이다. 누구는 분기탱천해가며 빌보드 앨범 200차트에서 2번이나 1등을 한 방탄소년단(BTS)이 해낸 K팝 국위 선양은 어쩔 거냐며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헤집고 나섰다. 이리 들끓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민 지혜를 모아 병역특례를 개선'하자고 지적했으나 군은 어정쩡하다.

제대로 숙의해볼 재료 콘텐츠가 필요하다. 생뚱맞을지라도 이제 갓 퍼지는 공유주방 개념을 적용해보고 싶다. 공유주방은 식생활 터전인 주방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공유차량이나 셰어하우스처럼 배타적 개인 소유가 아닌 공동체 활용에 초점을 맞춘 공유경제 모델이다. '공유부엌' '마을부엌' '소셜 다이닝' 으로도 부른다. 미국이나 중국에선 꽤 보편화돼있고 국내는 2010년대부터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로 외식 창업 지원이나 도심 거주 환경 개선을 위해 공유주방 캠페인을 확산시켜왔다.


현재는 주민 단체, 사회적 기업, 작가, 경력단절여성, 1인 가구 등이 각자 여건에 맞게 다양한 공유 주방 모델을 전국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만약 정부가 병역특례를 개선하고 지속하려면 바로 이 공유주방 확산이 보여주는 그대로 실질적인 고유 가치를 측정해봐야 할 터이다. 손흥민이든 BTS든 그 누구든지 공유주방 고유 가치 같은 저울대에 올려놓고 적합, 부적합을 가르자는 얘기다. 공유주방이 참여자 만족도와 행복감으로 이어질 고유 가치를 가진다는 경우는 실제 효용을 얻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우선 경제적 이득이 있다. 공간도, 조리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금전 외에도 심리적 보상이 커질 수 있다. 잘만 하면 관심과 취향을 연결해 훈훈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공유주방 집밥 하나로 초개인주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 손에 실질적인 이익을 쥐여주고 짓눌릴 것 같은 억압과 소외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건네주는 뭔가를 일컫는다. 19세기 영국의 다산 정약용 존 러스킨이 말한 진정한 부의 원천으로서 재화에 내재한 고유 가치(intrinsic value)라는 개념이다. BTS 병역특례도 바로 이 지점에서 묻고 뜯고 찢고 찔러 보고 다루어볼 만하다. K팝 빌보드 1위가 과연 공유주방처럼 우리네 위축된 한국 사람들에게 돈도 굳게 해주고 외로움도 씻게 해주고 자존감도 높여주는가가 핵심이다. "밥 먹여 주냐?" 이 말이다. 물론 여기서 밥이란 BTS 콘텐츠가 갖는 사회문화적 가치의 직간접적이며 유무형적인 효과까지 포괄한다. 이 고유 가치라는 블랙박스 통돌이에 넣고 돌려 BTS와 같은 한류 스타, 대중 예술인들의 개별적인 성과를 측정하고 난 다음에야 병역특례와 같은 초민감 잣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그런 황금 저울질 잣대와 기준이 없게 되면 예체능 병역 특례는 앞으로도 내내 국민 욕지거리를 피해갈 수 없다.


그래서 가채점해본 BTS 판정은 이러하다. 가수 밥 딜런이 20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처럼 BTS가 뭔가 더 넓은 인접 영역에서 인정을 받게 될 때 그 지표를 척도로 삼을 수 있겠다. 퓰리처상이나 노벨상으로 뻗어나가 문학, 예술 본령에까지 들어갈 수 있다면 그 성취는 참 값진 일이다. 가깝게는 우리 내부 수상 시스템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이상 문학상, 동인 문학상이 아이돌의 곡조나 댄싱이 아닌 문학성, 예술성을 높이 살 수 있다면 말이다. BTS 노래 '피 땀 눈물'이 헤르만 헤세 '데미안'에까지 맞닿으면서 글로벌 아미라는 전대미문의 팬덤을 일궈낸 그 '세계관'을 일약 혁신 성장 동력으로 꿰뚫어봐야만 가능한 일이다. BTS 청년들이 외친 세계관이라는 전혀 새로운 콘텐츠가 사실 엄청난 꿈의 금메달이라는 점을 기존 문학상, 학계, 언론계가 밝혀야 할 때다. 노벨상과 밥 딜런처럼.


역시나 팝송 1등만으로는 약하다. BTS라는 공유 주방이 주는 혜택을 사람들이 좀 더 광범위하게 느끼고 획득할 수 있을 때 특례는 기분 좋게 반짝일 수 있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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