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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2년차 징크스]이념에 갇힌 '소득주도 성장'…경제현실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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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반발·경제지표 악화 등 최저임금 인상 거센 후폭풍
文정부, 잇단 노선 수정 지적에도 오히려 특위 구성
과거, 盧 전대통령, 전경련 만나 개혁서 성장으로 정책중심 이동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정책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발생한다. 현재의 일자리 정책이 얼마만큼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낼지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경제 부처 공무원의 고백이다. 정책의 지향점과 그 정책이 실제 구현되는 현실에서 얼마나 정책 효과를 보일지는 별개라는 얘기다. 고심 끝에 정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그 정책이 효과가 아닌 부작용을 낳은 사례를 숱하게 보아온 관료들은 현실 상황에 따라 정책도, 정책 방향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정부 경제 정책의 근간인 '소득 주도 성장'이 안팎으로 두들겨 맞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소득 주도 성장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소득을 높여 소비를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투자와 생산이 늘어나기는커녕 고용, 소득분배 지표 악화만 불러왔다고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의 폐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선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에 입각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나타난 소득 주도 성장의 핵심 수단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올리기로 한 상태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 이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소비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결과는 그러나 7만 편의점 업주의 동시휴업 불사와 350만 소상공인들의 최저임금 불복종 선언이다. 올해 들어 외식비는 2%대 상승률을 보였고 인건비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는 가격을 올리거나 종업원 해고로 대응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귀를 열지 않고 있다. 정권 출범 1년이 넘도록 성과를 못 낸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국정 좌표를 실용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정부는 꿈쩍도 않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렇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국가 경제를 위해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소득 주도 성장이 과거 정부를 부정하면서 모든 것을 바꾸려 한다. 경제팀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실험하듯이 국정을 운영한다"며 "경제가 그렇게 (목표한 대로) 가지 않는다. 수많은 경제 전문가가 연구와 사례를 통해 이론을 형성했는데, 무슨 벤처도 아니고 나라를 이렇게 끌고 가느냐"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 당시부터 재계와 갈등을 지속했다. 그러다 2003년 6월 서울 시내의 한 삼계탕 전문점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오찬을 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은 투자와 고용 확대를 부탁했고, 총수들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노 전 대통령 지지 층에서는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불과 6개월 만에 '개혁'에서 '성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정책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뜻을 강하게 비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보란 듯이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위원장을 맡았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소득 주도 성장의 이론적 틀을 짜온 홍 전 수석을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으로 선임함으로써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더욱 구체화하고 중장기적 밑그림을 탄탄하게 그리라는 특명을 부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소득 주도 성장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통계청장도 바꿨다. 14대 통계청장인 박형수 청장과 15대 통계청장 유경준 청장이 모두 2년 안팎으로 재임한 반면 현 정부 들어 취임한 황수경 전 청장은 고작 13개월 만에 경질됐다. 정부는 문책성 경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둘러싼 잡음이 통계청장 경질까지 불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소득이 낮은 고령자 가구가 대거 편입되면서 올해 1~2분기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한 탓을 통계청장에게 돌린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득 주도 성장이 전체적으로 무리가 있는 주장이다. 한 발짝 떨어져서 소득 주도 성장을 보고 단점이나 문제점을 보완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며 "공약은 약속이지만 약속의 핵심은 경제를 잘되게 만든다는 게 목표다. 소득 주도 성장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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