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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청정국?’ 안전지대 무색케 하는 허술한 총기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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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총기 사고 72건 중 32건이 고의…총기 밀수 증가세·3년간 도난 분실 총기만 3700여정

‘총기청정국?’ 안전지대 무색케 하는 허술한 총기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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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21일 경북 봉화군의 한 면사무소에서 70대 남성이 엽총을 난사해 공무원 2명이 숨지고 주민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1분께 봉화 소천면사무소에 김모(77)씨가 직원들에게 총을 발사해 민원행정 6급인 손모(47)씨와 8급 이모(38)씨가 크게 다쳐 닥터 헬기와 소방헬기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손씨는 가슴 명치와 왼쪽 어깨에, 이씨는 가슴에 총상을 입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결국 숨졌다. 피의자 김씨는 앞서 이날 오전 9시 15분께도 봉화군 소천면 임기역 인근 사찰에서 주민 임모(48)씨에게 엽총을 쏴 어깨에 총상을 입히기도 했다. 김씨는 면사무소에서 총을 난사한 직후 민원인과 직원 등에 제압돼 경찰에 넘겨졌다. 김씨는 범행 직전인 오전 7시 50분께 파출소에서 유해조수 구제용으로 엽총을 출고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을 비롯한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국가들에 비해 총기 사고 안전지대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총기 규제가 생각보다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매년 십수명의 총기 사고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는 모두 72건으로 이 가운데 32건이 고의로 발생한 사고였다. 총기 종류별로 살펴보면 엽총이 47건, 공기총이 19건, 기타가 6건 순이었다. 이 기간 동안 총기 관련 사고로 발생한 인명피해도 사망자는 31명, 부상자는 51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매년 총기 사고가 끊이질 않는 데는 허술한 총기 규제와 밀수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총포사고가 늘어나면서 총기 소지 불허판정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지만, 별다른 효율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경찰청으로부터 허가받은 총기는 2012년 18만7073건에서 2016년 13만8751건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경력과 정신병력 등으로 총기 소지가 불허된 사례가 2012년 108건에 머물렀지만 2016년 175건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반면, 총기류 밀수 적발 건수는 2012년 135건에서 2013년 119건으로 잠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4년 161건, 2015년 175건, 2016년 178건으로 계속해서 증가했다. 또한 허가취소 총기에 대한 관리도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모두 197정의 총기가 수거되지 않았으며, 이중 도난·분실된 총기만 147정에 달했다. 범위를 넓히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도난·분실된 총기는 3700여정으로 추산되고 있다. 무허가 총기는 집계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의 총기 관리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총기 관련 법에 따르면 사냥용 또는 레저용 총기들은 모두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만 구매·소지가 가능하며, 평소에는 경찰서에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만 신청서를 내고 찾아가도록 돼 있다. 총기 허가 요건으로는 총기신청자의 범죄내역과 정신병력 등을 조회 결격 사유를 확인한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이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살상이 가능한 엽총과 구경이 비슷한 총들도 소지가 가능한 경우가 있어 관리 사각지대로 꼽힌다. 마취총도 수의사 자격증이나 지자체 증명서가 있으면 개인 소지가 가능한 실정이다.


이렇듯 총기 규제가 허술한 부분을 수차례 드러내면서 경찰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총기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추정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대부분 첩보에 의존해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첩보 입수부터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고, 총기 관련한 수사를 담당한 경찰들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총기 사고가 잇따르는 만큼 불법 총기류에 대한 단속을 관세청과 공조해 더욱 강력히 할 예정”이라면서 “정부 차원의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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