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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공동체' 사라지고 '엽총난사'…시한폭탄된 귀농인-원주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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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공동체' 사라지고 '엽총난사'…시한폭탄된 귀농인-원주민 갈등 엽총 난사 사건이 발생한 경북 봉화군 소천면 사무소. 자료사진.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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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1일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엽총 난사 사건은 귀농인과 원주민과의 갈등이 도화선 역할을 했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불고 있는 귀농ㆍ귀촌 열풍의 이면에 이처럼 귀농ㆍ귀촌인과 원주민 사이에 문화 차이, 이해 관계 등에 따른 심각한 갈등이 시한폭탄처럼 잠재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최근 증가하고 있는 귀농ㆍ귀촌인과 원주민과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귀농ㆍ귀촌인 수는 51만6817명으로 통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마을 공동체마다 마을 기금ㆍ공동 노역 등 문화적 차이, 인허가ㆍ상수도ㆍ텃세 등에 따른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우리나라 농촌의 사회통합 실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연구진들이 직접 농촌을 방문해 초점 집단 면접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논의한 결과 현재 우리나라 농촌에서 가장 사회 갈등이 심한 집단ㆍ영역으로 '귀농ㆍ귀촌인과 지역 원주민간의 갈등'이 꼽혔다.

조사에서 귀촌인인 모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공동위원장은 "지역에서 귀농ㆍ귀촌인과 지역 원주민간의 갈등이 많이 나타난다"며 "땅 문제와 관련한 갈등이 많다. 묘 이장, 토지 측량, 도로 침범, 매매나 토지 개발 과정 등에서도 문제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한 농민단체장은 "귀촌인과 지역 원주민은 생활양식의 차이로 인해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고, 한 사회복지기관장은 "귀농인은 정착하기 위해 주민들과 화합을 하려고 하는 데 반해 귀촌인은 화합하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화합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특히 한 귀농인은 "귀농인들이 있는 척, 잘난 척을 하면 지역 주민이 텃세를 부리는 경우가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오면 일손이 되기도 해 지역 주민들이 좋아하는 데, 도시에서 퇴직해서 돈 좀 있고, 농촌에서 집을 짓고 아는 척 하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아웃시키고 외면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번 엽총 난사 사건을 저지른 70대 귀농인처럼 나이 들어서 귀농ㆍ귀촌하는 사람들이 지역 주민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같은 연구원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1000명의 귀농ㆍ귀촌인 패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50대 이상은 20.2%, 60대 이상은 20.3%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애로점으로 꼽았다. 30대 이하(7.5%), 40대(9.3%) 보다 훨씬 높았다.

'까치밥공동체' 사라지고 '엽총난사'…시한폭탄된 귀농인-원주민 갈등 귀농귀촌교육.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이같은 귀농ㆍ귀촌인과 원주민간 갈등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긴 하다. 강원도 홍천군의 경우 올해 3월부터 '귀농귀촌 갈등해소 TF'를 구성해 마을 화합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홍천군 관계자는 "예산 지원을 통해 소규모 마을 공동 화단 가꾸기나 같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선진지 견학 등 마을 화합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구 감소 시대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 사회에서 그나마 희망으로 등장한 귀농ㆍ귀촌을 활성화 하려면, 각 주체들과 행정 당국이 함께 새로운 농촌 공동체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인호 귀농ㆍ귀촌 컨설턴트는 "정부와 지자체가 갈등 관리ㆍ융화 교육을 하고 있지만 텃세나 문화의 차이는 단기적으로는 극복이 안 되며, 이해 관계의 갈등이 벌어져도 예전처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까치밭공동체'는 사라져 버린 상태"라며 "행정이나 교육을 통해 서로간의 이해 관계를 잘 조정해주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농촌 공동체 모델을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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