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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의 Defence Club]북핵 검증없이 주적개념 없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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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의 Defence Club]북핵 검증없이 주적개념 없어지나 2016 국방백서 34페이지에 게재된 주적개념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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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방백서에 표기된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가 삭제되고 '적'이 '위협'이란 표현으로 대체된다. 국방부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의 정신을 존중해 올 하반기 발행될 백서의 내용을 이같이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이라고 규정하는 건 국방부가 할 일"이란 발언이 통째로 흔들리는 만큼 정치권에선 거센 반발이 일 것으로 보인다.

22일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국방백서의 주적개념을 안보상황을 판단해 적합한 표현으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백서에 주적개념 문구를 삭제하기로 한 것은 남북 간 판문점선언에 이은 후속조치로 해석된다. 남북 군사 당국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비무장지대(MDZ) 내에 있는 감시초소(GP) 시범철수, DMZ 내의 6ㆍ25 전사자 공동유해발굴 등을 MDL 일대에서 적대 행위 해소를 위한 선(先)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남북은 9월 평양에서 개최될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이들 조치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방부는 '적'으로 표기된 문구를 삭제하는 대신 '군사적 위협' 등의 표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군 관계자는 "2004년이나 2008년에 발간한 국방백서를 기준으로 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국방백서에 주적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5년이다.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하자 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주적' 표현을 처음 사용해 2000년까지 유지했다. 이후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주적 표현이 쟁점화되면서 2004년 국방백서부터 이를 삭제했다. 이를 '직접적 군사위협', '심각한 위협' 등으로 대체하면서 표현을 완화했다. 하지만 2010년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감행하면서 국방백서는 북한을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지금까지 표기해왔다.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 해소가 검증 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군이 먼저 주적개념을 없앤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4월 초청토론회에서 '국방백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나온다'는 지적에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국방부가 할 일"이라고 못박았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국방부가 스스로 주적개념을 없앴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북ㆍ미가 종전선언과 북한 핵시설에 대한 리스트 제공을 맞바꾸는 문제를 놓고 논의 중이지만 북한의 핵시설을 검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북ㆍ미 간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핵시설 리스트를 넘기는 것은 협상의 밑천을 통째로 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선제타격 대상 목록을 스스로 제공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주적 개념이 사라진다면 북한 관련 군내 용어도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훈통치' '벼랑끝 전술' '무장간첩 침투 지속' '통미봉남 정책' 등의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군안팎에선 이를 놓고 군은 정치ㆍ외교와 달리 주적개념을 분명히 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선후보시절인 2002년 5월 "군내부적으론 사기와 긴장감 유지를 위해서 대내적으론 주적개념을 사용하더라도, 외교관련 종사자가 사용하는 게 적절한지 등을 외국의 사례에 비춰 논리적으로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위협요소들이 검증되지 않은 채 군이 먼저 평화모드로 전환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북한의 핵시설 검증이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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