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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동료의원 감싸기vs 국민신뢰…'포청천' 문희상의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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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동료의원 감싸기vs 국민신뢰…'포청천' 문희상의 저울질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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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나 스스로를 위한 개작두까지 마련돼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3일 국회가 공개한 '문희상 국회의장 사용설명서'란 제목의 동영상에서 "개작두는 내 마음속에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개작두는 과거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대만 TV드라마 '판관 포청천'에서 주인공인 포청천이 판결 후 사용했던 처벌 기구다. 과거 그가 당 지도부 시절 혼란스러운 당내 상황에 "개작두로 치겠다"고 엄포를 놓은 일화는 유명하다. 특유의 외모까지 더해 문 의장은 '여의도 포청천'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문 의장이 취임 직후 맞닥뜨린 이슈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회 특수활동비 문제, 다른 하나는 피감기관 지원 출장 문제다. 전반기 국회부터 이어져 온 논란에 문 의장이 그의 별명답게 새로운 해법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잔뜩 쏠렸다.

그러나 국회의 대응은 국민에게 실망만 안겼다. 여야는 미적거리다 '양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여론의 비판에 못 이겨 뒤늦게 떠밀리듯 특활비 폐지를 결정했다. 이마저도 폐지가 아니라 '일부 삭감'에 불과해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 나아가 현역인 20대 의원들이 사용한 특활비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는 명분 없는 '시간 끌기용' 항소로 맞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더 큰 문제는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관행적으로 이뤄진 외유에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말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38명의 국회의원 명단을 '친전' 형태로 문 의장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 명단은 보름째 비밀에 부쳐져 있다. 문 의장 역시 명단에 포함됐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개작두 운운하며 호통쳤던 문 의장이 의원들의 치부를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뒤늦게 '국외활동심사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며 명단을 발표했다. 그런데 총 7명의 위원 중 5명이 현역 의원이다. 외부위원 2명도 외무공무원 출신으로 접대출장 관행에 익숙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동료 의원에 대한 '셀프 심사'가 과연 제대로 이뤄질지, 피감기관 출신 인사들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문 의장은 동영상에서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논어(論語)에서 찾았다"며 사자성어들을 꼽았다. 신뢰가 없으면 일어서기 어렵다는 의미의 '무신불립(無信不立)' 그리고 사사로운 일보다 공적인 일이 앞서야 한다는 '선공후사(先公後私)'다. 이 같은 소신을 가진 문 의장이 특활비 정보공개 불복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문 의장은 한 달 전 취임사에서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존경받는 국회, 신뢰받는 국회, 사랑받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 제 마지막 소명"이라고 밝혔다. 그의 소명이 행동으로 나타날 때 신뢰는 비로소 회복될 수 있다. 문 의장의 마음속에 있다는 '개작두'는 작동할 수 있을까. '포청천' 문 의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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