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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겨울 가뭄에 캥거루와 '생존경쟁' 치르게 된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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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만에 최악의 가뭄... 캥거루와 '물'전쟁
캥거루 4500만 vs 인간 2500만


최악의 겨울 가뭄에 캥거루와 '생존경쟁' 치르게 된 호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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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호주가 400년만에 닥친 사상최악의 '겨울가뭄'으로 국가의 상징인 '캥거루'까지 대량살상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호주 전체 인구의 2배 가까운 4500만마리의 캥거루가 가뭄으로 먹이와 식수가 부족해지자 농가와 도심지로 밀고들어와 메뚜기떼처럼 모든걸 먹어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주에서는 캥거루 사살권한을 확대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인간과 캥거루 간 생존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는 역사적인 겨울가뭄으로 인해 농가에 밀어닥친 캥거루떼로 인해 가축의 물과 먹이가 부족하며, 이에따라 농민들에게 캥거루 사살권한을 부여하고 권한 취득을 위한 절차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라 현재 계절상 겨울에 속하며, 원래 건기인 시기라 물부족이 심한 상황에서 올해는 4월부터 가뭄이 시작돼 역사상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한달 동안 뉴사우스웨일스주에 내린 비의 양은 10mm가 채 되지 않는다. 호주 전역이 극심한 가뭄에 빠져들면서 호주의 기간산업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농작물과 축산업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식수부족에 사료값까지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역시 야생에서 먹이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캥거루떼가 농가와 도심지로 밀려오면서 캥거루로 인한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겨울 가뭄에 캥거루와 '생존경쟁' 치르게 된 호주 캥거루 수컷 성체는 키가 2m에 온몸이 근육질로 발달돼있으며 매우 사납고 공격성도 강하다. 뒷발로 가격 당할 경우, 성인 남성도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큰 상해를 입을 수 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캥거루(kangaroo)는 오스트리아 전역과 뉴기니, 태즈메이니아 섬 등 오세아니아 지역에 사는 대형 유대류로, 흔히 붉은캥거루, 회색캥거루, 왈라루 등 대형 캥거루류를 통칭하는 말이다. 1770년 영국의 제임스 쿡(James Cook) 선장이 오늘날 호주 퀸즐랜드 쿡타운 지역에 도착, 캥거루를 보고 난 후 유럽지역에 알려졌다. 당시 토착민들이 'gangurru'라고 불렀으며, 이 이름이 그대로 유럽에 전해졌다. 보통 "아무도 모른다"는 말로 잘못 알려져있지만, 캉가루, 캥거루는 지역 토착어인 구구이미티르(Guugu Yimithirr)어로 "커다란 회색"이란 뜻이다. 당시 쿡 선장과 원주민들이 본 회색캥거루를 표현한 말로 추정된다.


이 캥거루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아주 사나운 동물로 유명하다. 꼬리로 몸을 지탱한 후, 뒷다리로 적을 공격하며 앞발과 뒷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달려있다. 지금은 초식동물이지만 과거 육식동물로 진화한 동물이기 때문으로 알려져있다. 껑충껑충 뛰어다녀 느리게 보이지만 최고 시속 64km 속도로 뛸 수 있으며, 높이 4m의 벽도 손쉽게 넘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탄력이 있다. 수컷 성체의 뒷발 공격에 잘못 맞으면 갈비뼈가 바로 부러질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최악의 겨울 가뭄에 캥거루와 '생존경쟁' 치르게 된 호주 골프장에 침입한 캥거루 모습(사진=아시아경제DB)



가뭄이 심해져 야생에서 물과 먹이를 찾기 힘들어진 캥거루들은 농가에 들어와 가축 사료와 물탱크에 저장한 물을 훔쳐가고 있으며, 도심지 주택가는 물론 골프장에도 떼를 지어 몰려오며, 학교 운동장에 난입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야생캥거루 수컷 성체는 선 키가 2미터(m)가 넘고, 매우 사납기 때문에 사람과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으며, 가축이나 애완견을 다치게하거나 죽이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따라 캥거루 피해가 극심한 지역들은 캥거루 사살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캥거루는 그동안 국가의 상징으로 보호받았으며, 지난 2016년 조사결과 호주 전체에 약 4500만마리가 살고 있다. 호주 전체 인구가 2500만명 남짓임을 고려하면 사람보다 약 2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호주정부는 매년 야생에서 천적이 거의 없는 이 캥거루의 개체수 조절을 위해 계절마다 사살을 허가해왔다. 이번 사살 규제 완화 조치로 많은 수의 캥거루가 사냥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캥거루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라고 반대하고 있지만, 당장 사람이 먹을 식수도 부족할지 모를 지역주민들의 분노가 워낙 거세 캥거루 사살 확대에 대한 여론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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