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국내 최초 美 제약사 인수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SK㈜가 국내 최초로 미국 의약품 생산기업을 인수해 미국 화이자와 같은 글로벌 종합제약사(FIPCO) 꿈에 한 발 더 다가섰다.

SK㈜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엠팩 파인 케미칼(AMPAC Fine Chemicals·엠팩)' 지분 100% 인수를 결정했다.

SK㈜는 엠팩 인수에 70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가 해외 제약회사 인수·합병(M&A)에 투자하는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엠팩은 19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됐으며 항암제와 중추신경계·심혈관 치료제 등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을 생산한다. 연 15% 이상 고성장 중인 최고 수준의 원료의약품 제조기업이다. 미국 내 3곳의 생산시설과 연구시설 1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500명 이상의 숙련된 임직원이 근무한다.

SK㈜는 지난해 지난해 유럽 아일랜드 제약 공장을 인수한데 이어 세계 1위 시장인 미국에까지 진출하면서 세계 1위 CDMO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1998년부터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생산해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해 왔으며 지난해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SK㈜는 SK바이오텍을 통해 현재 한국과 아일랜드에서 총 40만ℓ급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한다. 엠팩의 생산 규모 60만ℓ를 더하면 연간 100만ℓ의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된다. SK㈜는 2020년까지 증설을 통해 연간 생산 규모를 세계 최대인 160만ℓ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CDMO 업계 글로벌 1위인 스위스 '지크프리트'(연 155만ℓ)를 제치고 세계 1위로 도약한다. CDMO는 기존 위탁생산(CMO)에 자체 보유한 생산 기술까지 접목해 좀더 진화된 형태를 말한다.

장동현 SK㈜ 사장은 "바이오·제약은 SK㈜의 핵심 성장 축 중 하나이며 엠팩 인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SK㈜의 또 다른 100% 자회사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Cenobamate)'의 글로벌 임상 3상에 돌입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 신청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임상 3상을 독자 진행한 것은 국내에선 SK바이오팜이 최초다.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의약품으로 승인을 받으면 SK㈜는 명실상부 종합제약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SK㈜는 바이오·제약 외에 셰일에너지, 차량공유서비스의 3대 사업을 중심으로 활발한 글로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지난해 1조50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에도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의 금액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