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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문인력이 사라진다 上]일자리 9만명 급감…서울대 조선학과 4명중 1명 전공바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1초

중대형조선사 2017년 하반기 고용
신입 43명 경력 353명 불과
주요대학 학과 잇단 통폐합
취업률 사상 첫 50% 벽 붕괴


[조선, 전문인력이 사라진다 上]일자리 9만명 급감…서울대 조선학과 4명중 1명 전공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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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기하영 기자]수년째 이어진 한국 조선업계 불황에 전문 인력들도 사라지고 있다. 조선업 침체로 관련 일자리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데다 하청업체 비중을 늘려 일자리의 양 뿐 아니라 질 마저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전국 조선해양 관련 전공들이 통폐합 되거나 전공생들의 이탈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조선업 종사자수는 총 11만 377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016년) 15만 6032명 대비 27.1% 감소한 수준이다. 조선업계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바람으로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사업장이 줄어든 탓이다. 2014년 말 20만 3400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조선업 근로자수는 2015년(20만 2600명) 이후 단 한번도 증가세를 기록하지 못했다. 지역별로는 중대형조선소가 위치한 경남(-2만1455명)과 울산(-1만5624명)의 타격이 컸다.

조선업 일자리도 줄어들었지만 고용의 질도 나빠졌다. 사무직을 제외한 기능직의 경우 직영보다는 협력사 비중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협력사 비중은 2000년 32.5%에서 2005년 47.6%, 2009년엔 58%, 2015년엔 65.8%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늘었다. 이후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2016년엔 65.1%, 2017년엔 55.9%로 소폭 감소했다. 이들은 조선업 불황기에 가장 먼저 정리해고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싱가포르 등이 싼 인건비를 내세워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큰 우리로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수주 자체를 못하는데 하청업체에 줄 일감이 없는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올해 수주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고용시장은 밝지 않다. 중대형 조선사들의 2017년 하반기 채용실적은 396명(신입 43명·경력 353명)에 불과하다. 2016년(101명)과 비교해서는 3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신규고용이 대폭 늘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총 396명 중 절반 가량인 209명은 한진중공업 합병으로 인한 채용으로, 실제 채용은 187명에 그쳤다. 이 마저도 89.1%가 경력직 채용이다. 올해 상반기 채용 역시 110명으로 전년 동기(26명) 대비 늘어났지만, 조선업 구조조정 이전인 2015년 하반기(3071명) 및 2016년 상반기(2389명)과 비교했을 땐 각각 93.9%, 95.4% 감소했다.


조선업 일자리가 없다보니 관련 전문 인력들의 이탈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전국 조선해양공학과의 취업률은 2011년 75%에서 2012년 66%, 2015년에 59%로 점점 줄어들더니 본격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친 2016년에는 45%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취업률 50%의 벽이 무너졌다.


취업률 하락은 관련 학과의 통폐합과 인재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문대학 조선·해양공학 관련학과는 8개대학, 10개 전공학과가 개설돼있다. 이는 2016년 대비 6개 대학, 7개 학과가 감소한 것이다. 관련 학과에서 명실공히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017년 기준 지난 3년간 입학정원 46명 중 4분의 1가량이 전공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해양공학과 학생들이 전공수업을 수강하지 않는 등 기피현상이 심화되자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사무실에서는 전과를 희망할 경우 최소 한 학기 전 지도교수 면담 및 과 사무실에 미리 알리도록 했다. 전공수업 이수학점과 성적 등으로 전과 인원을 제한하는 등의 제도도 마련했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IT학과 교수는 "조선업이 활황일 때는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모여들었는데, 지금 산업자체가 위축되면서 수시모집 경쟁률이 크게 낮아지는 등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당장 인력감축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경영정상화를 시도하다 보니 산업군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나빠진 것도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전문인력을 꾸준히 양성하지 않으면 조선산업이 호황이 왔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조선사들의 경영정상화를 채권단에 맡기기보다 정부가 함께 나서 중장기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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