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의 유혹, 도박의 덫]<상>학교 앞까지 파고든 도박장

화상경마장·성인 PC방 등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 설치된 사행 도박시설 전국에 11곳

최종수정 2018.07.15 10:02기사입력 2018.07.11 13:46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 소속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용산구 옛 용산화상경마장 앞에서 열린 '용산화상경마장 농성장 철거 및 기념표식 제막식'에서 농성장 현판을 철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기간을 맞아 각종 불법 스포츠도박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일부 어른들만의 일탈로 치부되던 각종 도박은 이제 연령대를 초월해 청소년들에게까지 독버섯처럼 퍼져나갔다. 한 방에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달콤한 유혹 탓에 한 번 발을 들인 이는 도박의 늪에서 벗어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도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매개체도 우리 주변에 즐비하다. 아시아경제는 3회에 걸쳐 국내 도박 산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 경기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주민들은 권선파출소 인근을 지날 때마다 절로 눈이 찌푸려진다. 파출소에서 불과 5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성인 PC방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내내 운영되는 이 성인 PC방은 시선을 강탈하는 커다란 에어풍선과 함께 ‘바둑이’, ‘포커’ 등으로 도배된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주택가 한 가운데 위치한 성인 PC방은 이곳을 지나는 주민들은 물론 어린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 서울 용산구 주민들은 한국마사회를 상대로 5년 가까운 투쟁을 벌여 왔다. 성심여자중고등학교와 직선 거리 220m 위치에 자리 잡은 화상경마도박장 때문이다. 주변 교육환경을 해치고 주민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며 1444일 동안 천막 농성을 벌인 주민들의 완강한 뜻에 한국마사회는 결국 지난해 12월31일 화상경마장을 폐쇄했다. 반면, 비슷한 상황인 대전 월평동 화상경마장은 오는 2021년에야 폐쇄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마저도 화상경마장이 옮겨 갈 도시외곽 이전지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화상경마장 폐쇄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각종 도박시설이 주택가를 비롯한 도심은 물론 학교 인근까지 진출하는 등 국민들의 생활권 가까이 침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도박 시설 인근 주민들과 마찰까지 빚어지는 등 큰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9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서울에만 10개, 전국에 30개의 화상경마도박장이 도심 및 학교 앞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또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 설치된 사행 도박시설도 전국적으로 11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식으로 도박시설로 신고하지 않은 각종 성인 PC방 등 사설업체들을 포함하면 이 같은 수치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각종 성인 PC방들이 주택가와 학교 주변, 심지어 경찰서 인근까지 속속 침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성인 PC방 입점 규정이 일반 PC방과 동일한 탓에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는 데서 비롯된다.
마사회 용산 화상경마장
시민 신현희씨(41·여)는 “동네에 어느 시점부터 성인 PC방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아이들이 나쁜 영향을 받을까 걱정된다”면서 “구청이나 경찰 쪽에 얘기를 해도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어 이사를 가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이렇듯 대부분 성인 PC방이 인터넷 도박과 성인물을 취급함에도 불구하고 관할 지자체에는 업종을 속여 신고하는 등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어 단속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이 특별 단속기간을 정해 성인 PC방 불법 영업 등을 관리하고 있으나, 일부 업소들이 특별 단속기간에는 영업을 포기하고 문을 닫았다가 단속이 끝나면 다시 영업하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주택가나 학교 주변 등에 들어선 성인 PC방들은 물론 각종 사행 도박시설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적발이 쉽지 않다”면서 “단속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도박시설들이 들어설 수 없도록 제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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