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의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일감몰아주기 강화·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지주회사 기준 강화 등
"취지는 이해하지만…과도한 부분도 있어"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정부가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가 지나치게 과도하게 제정돼 오히려 법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방향을 논하다' 세미나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따라 기업들은 문제 소지가 없을까를 고민하고, 사안에 따라 지분율을 낮추려 노력하는 등 규제 회피가 아니라 규제 대응을 했다. 그게 바로 규제를 통한 소기의 효과"라며 "지분율 기준을 20%로 낮추면 지분을 낮추거나 계열사간 분할 합병하는 등 대응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 발생하는데, 이는 최적화되지 않는 기업지배구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활동을 시작한 특위가 6회에 걸쳐 진행한 기업집단법제 분과 7개 과제(기업집단 지정제도ㆍ공시제도ㆍ사익편취 및 부당지원행위 규제ㆍ지주회사 제도ㆍ순환출자규제ㆍ금융ㆍ보험사 규제ㆍ공익법인 규제)에 대한 논의결과를 발표했다. 일단 특위 기업집단분과는 현행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30%인 상장사, 20%인 비상장사지만 이를 상장ㆍ비상장 관계없이 20%로 일괄 적용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이들이 50% 초과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하기로 의견이 수렴됐다.
순환출자 규제의 경우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소 잡는 칼로 정교한 수술을 하는 격으러 백지상태에서 우리나라 기업 집단 손 보는 것이 아니고, 수십년간 형성된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 원론적으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3년 전에도 기존 출자 관계를 신뢰하고 투자가 형성된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신규 순환 출자에 대한 것만 규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특위는 금융ㆍ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은 합산 의결권 행사 한도를 5%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도 제한키로 했다.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인 경우 특수관계인과 합해 15%, 전체 공익법인 합산 5%내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교수는 "금융보험사 계열사 의결권 제한은 고객들이 보험 가입자들의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취득해서 지배력 유지 강화를 위해 이용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지만, 공익법인은 특수관계인이 자기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출원한 것"이라며 "이를 제한하는 것은 주주권의 핵심적 권능을 박탈하는 것이다. 공익법인이 문제라면 부여된 여러 세제상 혜택을 박탈하는 것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지주회사와 관련, 자ㆍ손자회사 의무지분율은 상향조정될 전망이다. 현행법은 지주회사가 자ㆍ손자회사 지분 20%(비상장사 40%)이상을 보유토록 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는 이를 10%포인트씩 높이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에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정책에 신뢰해서 사업 전략을 마련한 선의의 기업집단이 있다는 것 기억해야한다"며 "선의의 기업집단과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사익편취 등으로 변질된 기업집단을 동일하게 강화된 틀 안에 두는 것은 신뢰보호 측면에서 고민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특위는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의 출발점인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GDP(GDP 기준 0.5%)에 연동해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해외계열사 현황을 공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해 시장을 통한 자발적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
이에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 계열사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는데 IT 등 신규 분야에서는 해외 경쟁을 위해 100% 자회사를 설립했다가 안되면 접는 등의 실험이 이뤄진다"며 "새로운 모델의 기업집단 지배구조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공정거래법제는 그런 실험을 굉장히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된다"고 말했다.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은 "과거 산업화 시대의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규제틀로는 혁신성장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없고 공정경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담아낼 수 없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7월 중 특위 차원의 전면개편안 논의를 마무리 짓고 이를 토대로 정부안을 마련해 금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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