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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풀이성 국민청원’ 이대로 괜찮나…개선·폐쇄 목소리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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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풀이성 국민청원’ 이대로 괜찮나…개선·폐쇄 목소리 커졌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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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장현수 태형(笞刑)을 건의합니다.”, “장현수와 장현수 가족까지 대한민국에서 추방시켜주세요.”, “장현수 제발 사형시켜주세요”, “장현수 군면제 무효화시켜주세요.”

지난 24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이날 경기에서 장현수 선수의 실책이 상대팀의 골로 이어지자 게시판에는 장현수 선수와 관련된 수백 개의 글이 올라왔다. 글이 무분별하게 게재되는 탓에 ‘사형’, ‘태형’, ‘국적 박탈’ 등 도 넘은 내용의 글들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앞선 스웨덴과의 경기가 열린 18일에도 해당 경기에서 실책을 한 선수들에 대해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고 처벌을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쇄도했다.

지난 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국가대표 김보름·박지우 선수의 미성숙한 인터뷰 태도와 노선영 선수에 대한 왕따 의혹으로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청원하는 글의 추천 수가 60만을 넘어섰다. 무분별한 인신공격과 공격적인 악성 댓글로 해당 선수들은 정신과 입원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화풀이성 국민청원’ 이대로 괜찮나…개선·폐쇄 목소리 커졌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런 ‘화풀이성’ 국민청원은 지속 문제로 제기돼 왔다. 지난 5월에는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유명 유튜버 양예원의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불법 스튜디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에 지지를 표했다가 화를 당했다. 양씨 사건과 무관한 스튜디오가 언급됐고, 피해자와 가해자 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수지의 사형을 청원하는 극단적인 내용도 등장했다.


한 번 등장한 ‘사형 청원’은 대상만 바뀐 채 계속됐다. 가수 이홍기는 여성혐오, 5·18광주민주화운동 비하 발언을 한 바 있는 BJ 철구 방송을 시청했다는 이유로 사형 청원 글이 게재됐다. 이후에도 연예인 이광수, 배우 유아인도 같은 청원이 올라왔다. 문제는 이 같은 무논리한 청원 글이 수천 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국민들이 직접 사회문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정책을 건의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민청원의 순기능을 잃은 셈이다. 물론 각종 사회문제를 재조명하고, 사건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해 재수사에 나서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지난 8개월 동안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19만여 건의 글 중 36건의 청원만 청와대 답변을 이끌어 냈다.


또 황당한 국민청원도 난무해 본래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돈 많은 사모님 상대로 성관계 알바 가능한 남성 모집’이라는 스팸글이 게재됐고, 이밖에도 ‘배그(게인 배틀 그라운드) 하실 분’, ‘야식 메뉴 추천 좀’,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등 장난식의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청원 게시판의 ‘익명성’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커졌다. 청와대는 당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청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글쓴이에 대한 성명과 주소 등의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다만 익명성이 무분별한 비난·장난 글과 허위 글들을 난무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청원을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됐다. 순기능에 비해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자극적인 내용의 청원은 관심을 받는 반면, 건설적이고 주목받아야 할 청원들은 묻히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청와대 측은 일부 부작용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국민 청원 책임자인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은 “특정인에 대한 사형 청원은 올리지 말아 달라”면서도 “장난스럽고 비현실적인 제안도 이 공간에서는 가능하고, 국민들이 분노를 털어놓을 곳도 필요하다. 모든 제도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순기능이 크다고 보고 있고, 세심하게 대응하면서 가겠다”고 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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