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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야 한다" 네이버 노조발 기업문화 개선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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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조, 사외이사 추천제 도입 등 단체협약 29일까지 협상
댓글조작·뉴스 재배치 등 파문‥'기업의 사회적 책무' 명시 요구
퇴근 후 메신저·SNS 통한 업무지시 금지 등 휴식권 보장도 포함
성장 제일주의 벤처기업 문화 개선…네이버 수용 여부는 불분명


"변해야 한다" 네이버 노조발 기업문화 개선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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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네이버 노조발(發) 기업 문화 개선 요구가 IT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촉각이 쏠린다.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은 탓에 '성장 제일주의'가 팽배하던 기업 문화를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는 내부적 요구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특히 IT업계 1등 기업인 네이버의 변화 여부는 인터넷업계뿐 아니라 게임ㆍ소프트웨어 등 IT업계에 두루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1일 네이버 등에 따르면 네이버 노동조합은 최근 회사 측에 단체협약 요구안을 제출했으며 오는 29일까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단체협약이란 임금ㆍ복지 등 근로 조건이나 노사 관계에 적용하는 법을 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요구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노조가 회사에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고 요구한 점이다.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거나 노조가 이사를 추천하는 권리를 갖는 이른바 '노동이사제' 도입은 지금까지 금융권과 공공 부문 등을 중심으로 논의돼왔으나 IT업계에서 이 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네이버 이사회는 7명으로 구성되는데 사외이사는 이 중 4명이다.


김명수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외이사는 회사 문화에 익숙하거나 사측에 긍정적인 인물로 꾸려지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그러나 네이버의 경우 서비스 신뢰도나 사회적 책임 등 이용자 의견을 더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다만 노조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게 된다면 추천 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하며, 이런 부분이 준비된다면 충분히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네이버 사측이 이 요구를 받아들일지도 불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앞서 KB금융 노조가 우리사주조합 지분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했으나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국민연금공단이나 외국인 등 주요 투자자들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측은 "노조가 요구한 단체협약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네이버 노조 측은 단체협약에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라는 요구도 전달했다. 최근 댓글 조작이나 뉴스 재배치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직원 자긍심에 커다란 훼손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네이버가 사회에 나쁜 영향을 주는 기업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단순히 디지털 정보를 연결하거나 제공하는 '인터넷서비스 사업자' 수준을 넘어섰다는 내ㆍ외부 평가에 따른 조치이기도 하다.


"개인 삶을 주장하기보다는 열정으로 똘똘 뭉쳐 성공 신화를 만들자"는 식의 '벤처 정신'을 극복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조 측은 퇴근 후 메신저ㆍ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무 지시를 금지하는 '휴식권 보장'을 단체협약에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주 52시간 근무' 시행을 앞두고 IT기업들이 근무시간 개념을 재정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전향적 변화를 회사 측에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서명준 건국대 교수(언론소비자주권행동 대표)는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자 중 처음으로 노조의 요구에 맞닥뜨린 사례라 회사 측의 반응 등 향배에 관심을 갖게 된다"며 "네이버가 견지해온 각종 기업 운영 정책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노조가 나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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