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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호남, 옛날 같지 않아" vs "文대통령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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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엔 '호평', 민주당엔 '못 미더움', 평화당 등 야권엔 '글쎄' 고심하는 호남

[르포]"호남, 옛날 같지 않아" vs "文대통령 잘한다" 18일 오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한산한 분위기다. 목포(전남)=윤신원 기자 i_dent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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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광주·목포=윤신원 기자, 전주·군산=조한울 수습기자] "누굴 뽑으나 다 똑같애. 이제까지 후보 잘 찍어서 호남이 잘 됐능가? 그치만 문재인 대통령은 잘허요. 재선(再選)도 했으면 좋겠는디…."

6ㆍ13 지방선거를 20여일 앞두고 여당의 텃밭인 호남이 고심하고 있다. 정국을 '하드 캐리(hard carryㆍ팀워크가 중요한 게임에서 판을 주도하는 한 플레이어를 일컫는 신조어)'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성에 차지 않는' 여당에 대한 못마땅함, 대안 부재 등이 혼재한 탓이다.


18일 오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에서 만난 김모(56)씨는 "호남이 무조건 더불어민주당이라 하는디, 옛날 같지는 않제"라며 고민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번 지방선거 때 투표 의향이 없다는 그는 여당인 민주당도 해준 게 없다며 불만섞인 표정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높은 여당 지지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갤럽이 지난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1004명, 응답률 16.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광주ㆍ전라 지역의 여당 지지율은 72%였다. 민주평화당(1%)이나 바른미래당(0%)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수준이다.


정답은 남궁모(73)씨가 내놨다. 남궁씨는 "문 대통령이 이제까지 대통령 중에 제일 잘허제"라며 "고(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더 잘하는 거 같어"라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로는 김영록 민주당 후보를, 목포시장에는 박홍률 민주평화당 후보를 찍겠다는 그는 "박지원 평화당 의원이 나왔으면 시민들이 고민 좀 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래도 무조건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목포역에서 만난 40대 여성도 "요새 문빠라는 말이 유행하던데, 여기 아줌마들은 죄다 문빠다"라고 전했다.


이용섭 민주당 후보와 김종배 평화당 후보가 맞붙은 광주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총선에서는 옛 국민의당, 대선에서는 민주당을 선택했던 중ㆍ장년층에선 '호남이 옛날같지 않다'며 견제 심리를 드러내기도 했다.


[르포]"호남, 옛날 같지 않아" vs "文대통령 잘한다" 18일 오후 광주 서구 유스퀘어(광주종합버스터미널). 광주=윤신원 기자 i_dentity@


광주 북구 송정시장에서 만난 김모(63)씨는 "어차피 민주당이 되겠지만 투표율을 보고 민주당이나 대통령이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고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 택시기사 최모(46)씨도 "민주당에 광주를 잊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광주에서도 여당의 높은 지지율을 견인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었다. 광주의 번화가인 충장로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윤모(31ㆍ여)씨는 "민주당원 댓글 조작사건이나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사건 등이 많았지만 문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았다. 동요하지 않고 제 할 일을 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면서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평화당이 전두환 정권 당시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한 이 후보의 전력을 들어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대해선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 후보도 이날 아시아경제와 만나 "네거티브를 철저히 배격하고 정책경쟁을 통해 승리, 역사에 남는 첫 광주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학원강사인 이모(38)씨는 김 후보 지지를 밝히며 "5ㆍ18을 몸으로 겪은 사람은 안다. 광주시민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포]"호남, 옛날 같지 않아" vs "文대통령 잘한다" 18일 오전 전북 군산시 군산국가산업단지의 한 인도. 무성한 잡초가 사람 발목 높이까지 자라있다. 군산(전북)=조한울 수습기자 hanul0023@


송하진 민주당 후보와 임정엽 평화당 후보가 맞붙고 있는 전북에서도 이 같은 경향은 고스란히 반복됐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지역의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이것이 야당의 지지로 직결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군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곽모(28)씨는 "요새 문 대통령이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 지역에서도 대체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대안 부재를 지목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자유한국당은 차치하고서라도, 바른미래당이나 평화당도 대안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군산에서만 24년째 개인택시를 운행한다는 이모(51)씨는 "김관영 의원을 따라 바른미래당에 갔던 시의원들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하던데, 거긴(바른미래당) 전북에서 찍긴 조금 그렇다"고 했다.


평화당에 대해서는 '호남중심성'에 대한 호평과 함께 유보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전주에서 만난 우용식(48)씨는 "평화당은 전라도 고수(高手)들"이라면서도 "선거 당일에 가봐야 하겠지만 (표심은) 아직까진 민주당 쪽"이라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조한울 수습기자 hanul0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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