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규제 개혁은 1980년대 실패한 방식"
최종수정 2018.05.16 17:14기사입력 2018.05.16 17:14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정부의 규제 개혁 정책이 '빚 좋은 개살구'에 그쳐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네거티브식 규제 체제 도입, 규제 개혁을 위한 컨트롤 타워 설립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 촉진을 위한 규제개혁 입법방안 토론회'에서 "정부가 제시한 '규제혁신 5법'은 각 분야별 특별법으로 각 상임위별로 법이 제정되는데만 1년 이상 걸리기 마련"이라며 "일본의 '국가경쟁력강화법'처럼 하나의 일관된 법을 통해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조만간 특례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국규제학회 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여의도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한 규제 분야의 권위자다. 2000년, 2004∼2006, 2014∼2015년 세 차례에 거쳐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규제혁신5법은 일정 조건하에 규제가 면제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마련된 법으로 지역특구법, 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 금융혁신지원특별법, 행정규제기본법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제혁신5법이 각 분야의 상임위에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서 규제 개선 속도가 더딜 뿐 아니라 시행이 된다 하더라도 각 부처에서 이를 담당하는 과정에서 '칸막이 행정'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한국규제학회 연구위원장)는 "핀테크 관련한 금융혁신지원법만 하더라도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엮여 있다"며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 행정 개혁은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이를 중심으로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무총리실이 규제 개혁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부처 간 상충되는 이해를 조절할 것을 조언했다.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일부 법안에 포함된 '무과실 배상책임제'도 문제로 거론됐다. 기업이 규제 샌드박스 안에서 혁신적인 기술·상품·서비스를 제공하던 중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고의·과실이 없더라도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가장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라며 "진입장벽의 성격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창업지원사업 등과 반대방향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관료들의 '규제 지향 주의' 역시 개선돼야 할 내용으로 제시됐다.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 원장은 "기술 규제는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고, 규제개혁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공무원들은 책임 회피를 하기 위해 규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의 규제 시스템 자체도 열거주의식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규제 집행권자의 자의적 재량권에 과도한 영향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 특례법'을 대표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내용으로 ▲포괄적 분야에 규제 샌드박스 적용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규제 샌드박스 제도 추진 ▲신산업 규제특례정책의 종합적 추진 기능 마련 ▲무과실 배상책임제 및 개인정보 관련 규제 조항 삭제 등을 담을 예정이다.

김 의원은 "규제개혁5법은 샌드박스 지정권을 주무 장관이 가지고 있는데, 이는 1980년대 실패한 규제 개선 방식"이라며 "기업이 힘들여 개척한 새로운 기술이 규제에 막혀 사장되는 경우가 발생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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