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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권력 무너뜨린 녹취록 뭐가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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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권력 무너뜨린 녹취록 뭐가 있었나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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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조현민(35)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 의혹이 알려지면서 재벌들의 ‘갑질’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의 경우 전직 수행비서 A 씨 폭로에 따르면 이 대표는 A 씨에게 요강을 닦는 등의 허드렛일을 시켰다. 문제가 불거지자 이 대표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고통을 느낀 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사과했다.

이렇게 재벌들의 갑질이 도마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에는 ‘녹취록’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조 전무는 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졌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후 대한항공의 직원이라고 밝힌 B 씨가 조 전무로 추정되는 인물의 폭언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일파만파 확산했다. 이 가운데 경찰은 20일 ‘갑질 의혹’에 대해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조 전무가 증거를 없애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 이유다. 경찰은 다음 주 초 조 전무를 소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녹취록’이 재벌들의 갑질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다면 재판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된 경우도 있다. 최근 원세훈(67) 전 국정원장은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원 전 원장 실형 확정에는 파기환송심 막바지에 제출된 ‘국정원 부서장 회의 녹취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 녹취록에는 특정 정치세력을 ‘종북좌파’로 규정, 당시 정부와 야당을 옹호하는 여론을 조성하라는 원 전 원장의 지시가 다수 있었다. 이 같은 원 전 원장의 지시는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으로 문서화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이를 토대로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은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으로부터 사이버팀 활동 내역을 보고받고 업무방향에 대해 지시했다”며 원 전 원장에 징역 4년을 선고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확정했다.


절대권력 무너뜨린 녹취록 뭐가 있었나 닉슨 사임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이처럼 ‘녹취록’으로 절대 권력이 무너진 사례는 워터게이트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1972년 재선을 노리던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경쟁자였던 민주당 조지 맥거번 후보의 선거운동 본부(워터게이트 호텔)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것이 발각돼, 대통령을 사임한다.


이 과정에서도 ‘녹취록’이 일종의 ‘사임 방아쇠’ 역할을 했다.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1974년 7월 대법원은 문제의 테이프 녹취록이 아닌 원본을 전부 공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녹취록에는 닉슨 대통령이 사건 보고를 받고 조사 축소를 지시하는 내용의 대화가 담겨 있었다. 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했고, 닉슨 대통령은 탄핵안 통과가 확실하다는 답변을 듣고는 결국 8월9일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그런가 하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녹취록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12월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최 씨는 대통령 주재 회의를 열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발언 내용까지 일일이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녹취록은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있었다.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취임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이 만났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새 정부에서 하려는 게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복지. 하나는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성장”이라며 “두 가지가 중요하고 그 다음에 한반도 신뢰 평화 구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최씨는 “경제부흥이라는 단어가 좋다”고 말했고 이에 박 전 대통령이 “경제부흥, 국민행복”이라고 답했다. 이에 최씨는 “국민행복도 좋다”고 답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한편 녹취록이 법적으로 효력을 얻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에 녹음된 결과물을 직접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녹취록으로 제출해야만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녹취록은 어떤 사건에서 재생할 수 있도록 음성녹음이나 촬영 등의 방법으로 기록하여 둔 것을 국가공인 자격증을 가진 속기사를 통해 문서화한 것을 말한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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