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시장 개입 공개에 '원화강세' 불가피…수출 타격 우려
최종수정 2018.04.17 16:12기사입력 2018.04.16 11:05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미국이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우리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공개 범위와 주기 등을 검토 중인 가운데 어떤 방식을 택하든 원화 강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을 위해 오는 19일 출국한다. 김 부총리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를 잇따라 만나 외환시장 개입 공개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은 미국 재무부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은 피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에 포함됐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 원화가 절상되는 와중에 한국 외환 당국의 개입이 확대됐다며 외환시장 개입 공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보고서는 "한국은 내수를 지지하기 위한 충분한 정책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따라서 더욱 확장적인 재정 정책이 경기 회복과 대외 불균형 축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적절한 시기에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칼날은 피했지만 외환시장 개입 공개 문제가 과제로 남은 것이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IMF도 지속해서 권고한 사항이며, 한국의 경제 수준을 고려할 때 공개할 때가 됐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국가는 현재 한국뿐이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수출 등에 유리하게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심을 불식하고 외환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만 공개 범위와 주기가 관건이다. 정부는 분기 또는 반기별로 달러화 매수ㆍ매도 총액이 아닌 순매수 금액만 공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수ㆍ매도 총액을 각각 공개할 경우 투기 세력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동선언문 조항이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방식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 TPP에 재가입할 경우 한국 정부도 가입을 추진할 분위기여서 향후 TPP 기준 준용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TPP는 분기별 매수ㆍ매도 총액을 1분기 이내 시차를 두고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예외 국가인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베트남처럼 6개월 단위의 순매수 내역만 6개월의 시차를 두고 공개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검토하고 있다.

공개 방식이 무엇이든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면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해 수출 기업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인 수출이 위축되면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미 미국의 압박으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 2월 말 달러당 1080원대에서 지난주 1060원대로 20원 가까이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총 수출은 0.51%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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