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감 느낀다"면서도 남 탓한 MB…페이스북 심경글 논란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직전인 22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자필로 입장문을 쓴 다음 사진을 찍어 올리는 방식으로 게제됐다.

페이스북 입장문에서 이 전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자책감을 느끼며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말했다.

“과거 관행을 절연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오늘 날 국민 눈높이에서 비춰보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이 전 대통령의 사과나 반성으로 순수하게 받아 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입장을 접한 상당수 사람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겉으로는 ‘모두 내 탓’이라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무죄를 항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이 되어 정말 잘 해 봐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거나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다”는 부분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스 횡령과 비자금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이 부담해야할 소송비를 민간기업에 떠넘기고 국가안보를 위해 쓰여야할 국정원 예산을 상납 받은데다, 돈을 받고 국회의원 공천을 해준 혐의로 기소된 MB가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다”라고 강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들 가운데는 “우회적인 표현을 쓰긴 했지만 사실상 자신은 죄가 없으며 부당한 탄압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고 분석했다.

입장문의 말미에 나오는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자신에게는 반드시 되찾아야 할 ‘참모습’이 있으며 그때가 되면 ‘할 말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일들이 ‘정치보복’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자 반격의 의지로 풀이할 수도 있다.

“내가 구속됨으로서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덜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부분이나 자신의 치적과 노력을 강조한 부분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재임 중 세계대공황 이래 최대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면서 자신의 업적을 내세운 부분이나 “서울시장, 대통령직에 있을 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자신에게 등을 보인 측근들에 대한 원망과 비난이 담긴 부분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입장문 말미에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면서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인륜’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자신에게 등을 보인 큰형 이상은씨와 조카 동형씨 등 일가 친인척에 대한 원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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