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선임기자 칼럼]보수의 옷을 입힌 '新햇볕정책'

시계아이콘01분 30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를 닷새 앞둔 시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아시아판은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얼굴을 표지에 실었다. 표지 제목은 '협상가'였다.


표지 사진을 본 많은 사람들은 좀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은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인권 수호자' '민주주의 신봉자' '노무현의 후계자' 등의 제목이라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와 협상가의 이미지는 좀처럼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커버스토리 문구는 '협상가 문재인,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남한의 지도자가 되려고 한다'라고 적혔다. 당시 북한의 이어지는 핵ㆍ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정세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더욱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생뚱맞은 장면은 두 달 후에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7월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강연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다. 북핵 위기가 더 고조되는 시점이었다.

당장 야당의 반발이 이어졌다. 보수야당은 '위험한 안보관'이라고 비난하면서 베를린 선언의 폐기를 촉구했다.


북한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첫 반응을 보인 노동신문은 베를린 선언에 대해 "잠꼬대 같은 궤변"이라고 일갈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HADㆍ사드) 배치로 한국과 갈등 관계에 놓인 중국 역시 냉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베를린 선언을 놓고 "단지 공상에 그칠 것"이라고 폄훼했다.


베를린 선언 이후 불과 5개월이 지난 후부터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남북 정상회담, 북ㆍ미 정상회담, 북ㆍ일 정상회담, 남ㆍ북ㆍ미 정상회담 제안 등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내로라하는 외교ㆍ안보 전문가들은 거의 정신줄을 놓기 직전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한반도 데탕트는 이제 첫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기존의 햇볕정책과 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차이점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은 우선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관계 유지를 대북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모든 공을 쏟았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트럼프 대통령의 공으로 돌리는 '로키 외교'를 선보였다. 주요 외신들은 신중하고 현명한 외교라고 평가했다.


북한을 향한 성급한 퍼주기식 접근법은 피했다. 지금은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할 때가 아니라는 상황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비핵화 조치 전까지 '압박과 관여'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도 계속 강조했다. 또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가 같이 가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확실하게 밝혔다.


유럽 최초로 한국석좌에 위촉된 라몬 파첸코 파르도 브뤼셀자유대학 교수가 이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새로운 햇볕정책이라는 것이다.


AD

다른 말로 정리하면 기존 햇볕정책에 '보수의 옷'을 덧입혔다고 할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기조를 유지하되 보수적 관점의 접근법을 택한 문 대통령의 로드맵이 지금까지는 빛을 발휘했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이를 '도박'이라고 표현했다. 도박이 실패할 경우 문 대통령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새로운 햇볕정책을 앞세운 문 대통령의 도박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현재 예측하기 어렵다. 누구도 밟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이다. 험난하고 지루한 여정은 지금부터다. 미리 초를 칠 일도 아니지만 섣부른 낙관도 금물이다.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606:40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606:30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406:30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306:30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206:40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810:59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정부 부처 업무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국방부 보훈부 방사청 등의 업무 보고가 진행된다. 업무 보고가 생중계되는 것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보고가 이루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이들이 말하는 '이재명 업무 스타일'은 어떤 것인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