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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폐점 속출하는 동대문 쇼핑몰…"중국인 때문에 버텼는데 문 닫습니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1초

사드 보복과 경기침체 여파로 상인들 아우성
임대료 못 버티고 폐점 속출
동대문 쇼핑몰 추락으로 근처 노점들까지도 위기

[르포]폐점 속출하는 동대문 쇼핑몰…"중국인 때문에 버텼는데 문 닫습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동대문 쇼핑몰의 점포들이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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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춘한 수습기자] "지금 딱 보면 알잖아요. 손님이 없어요. 사드 보복이나 그런 이유도 있지만, 장사는 안 되고 임대료도 높으니까 못 버티고 나간 거죠."

22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에 위치한 밀리오레 쇼핑몰. 1층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A씨는 넋두리부터 쏟아냈다. 그는 "인건비 감당도 안 돼 아르바이트생도 자르고 혼자 새벽까지 일을 하는데 이러다 굶어죽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A씨의 양 옆 매장은 비어 있었다. 그는 "액세서리를 팔던 매장인데 더 이상은 힘들다며 한 달전에 방을 빼고 나갔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한 때 대한민국 패션 1번지이자 메카였던 동대문 쇼핑몰이 텅텅 비어가고 있다. 실제 이날 찾은 동대문지역의 쇼핑몰 대부분은 손님 있는 가게를 손에 꼽을 정도로 한산했다. 손님보다 매장 주인이 더 많은 층도 허다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폐점 매장들. 이 곳에는 층마다 적게는 10여개, 많은 곳은 30여개까지 주인없는 점포들이 방치돼 있었다. 흉물스럽게 텅 빈 점포 사이 문을 연 매장에선 무기력하게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점주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르포]폐점 속출하는 동대문 쇼핑몰…"중국인 때문에 버텼는데 문 닫습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대문 밀리오레 쇼핑몰.


4층 매장에서 의류를 파는 B씨는 "과거에는 교통 체증이 심각할 정도로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모두 옛 일이 됐다"면서 "경기 침체 여파로 손님들이 뚝 떨어진 데다가 온라인쇼핑이 활성화되면서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게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는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여파로 이마저 끊기며 폐점을 부채질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416만9353명으로 전년 806만7722명보다 48.3% 급감했다.


더 큰 문제는 임대료. 방문객 급감으로 매출이 반토막나면서 임대료 부담은 더 커졌다. 밀리오레에 따르면 점포 임대료는 관리비까지 포함해 150만~200만원 수준. 에스컬레이터 주변의 몫 좋은 자리는 200만~300만원이다. 한 상인은 "관리비까지 200만~300만원을 임대료로 내야한다"고 했다. 옷 가게 주인 C씨는 "중국인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평일에는 옷 하나 팔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이라며 "아침 10시30분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는데 수익은 예전의 3분의1수준으로 줄었다"고 귀띔했다. 결국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상인들이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


근처에 위치한 APM 쇼핑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인들은 에스컬레이터에서 손님이 오기 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과 눈이 마주치는 상인들은 너도나도 "이쪽으로 오세요"라고 소리쳤다. 엘레베이터 인근 상인은 "장사가 얼마나 안되면 한 번 만 기회를 달라고 하면서 사람을 붙잡겠느냐"고 읍소했다.


[르포]폐점 속출하는 동대문 쇼핑몰…"중국인 때문에 버텼는데 문 닫습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동대문 쇼핑몰의 가게들이 양 옆으로 텅 비어있다.


하지만 선뜻 구매를 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봐도 쇼핑몰 안에서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사람은 없었고 모두 빈손이었다. 이날 동대문 쇼핑몰을 찾은 김상식(38)씨는 "동대문 쇼핑몰 예전에는 자주 왔는데 사실 요즘은 안 오게 되죠"라며 "요즘은 인터넷으로 사는 게 편하고 더 싸니까요"고 말했다. 박효진(30ㆍ여)씨 역시 "가격이 좀 비싼 거 같아 하나도 구매를 하지 않았다"며 "차라리 더 싼 데서 옷을 사려고 한다"며 쇼핑몰을 나섰다.


이 곳 역시 텅 빈 매장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 곳에서 일하는 D씨는 바로 앞의 매장을 가리키며 "저 매장은 방치된 지 6년이 다 되간다"면서 "보기 흉할 뿐만 아니라 주변 상가의 장사까지 방해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관리비 때문에 겨울에는 히터 키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귀띔했다.


동대문 쇼핑몰 추락의 여파는 길거리 노점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 쇼핑몰 앞에서 20년째 먹거리를 팔았다는 한 노점 상인은 "내가 장사를 여기서 오래했는데 진짜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쇼핑몰을 찾는 손님들이 적어지니까 자연스럽게 우리 가게에 오는 사람들도 줄었다"고 울먹였다.




임춘한 수습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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