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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스토리] 사교육,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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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부터 月 20만원씩 들고…
초·중·고 사교육 시장은 역대 최대치
대학생 돼도 취업준비 月 27만원씩…
입사한 신입 재교육에 평균 6000만원

[금요스토리] 사교육,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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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외동딸을 둔 직장인 박모(35·서울 목동) 씨는 7살 딸 아이의 유치원 비용으로 월 75만원(누리과정 정부 지원금 별도)을 지불한다. 인근에서 좋은 사립유치원으로 꼽히지만 그렇다고 소위 '영어유치원'만큼 비싼 곳은 아니다. 주말엔 문화원에서 하는 원어민 영어수업(15만원)을 듣고 중국어(14만원)와 발레(11만원) 도 배운다. 박씨는 "우리 동네에선 이 정도면 많이 쓰는 편도 아니다"면서 "여기서 더 줄일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둔 맞벌이부부 이모(43·서울 공덕동) 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한 과목식 방과후수업을 신청했다. 축구, 바둑, 과학실험 등 5과목의 12주 수업료가 45만원. 이씨는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학교 돌봄교실에서만 지내기 무료할 것 같아 방과후수업을 신청했는데, 따지고 보면 이것도 사교육 만큼의 비용이 나간다"며 "여기에 태권도(월 12만원)와 학습지(3만5000원)까지 보육의 연장선상에서 하고 있는 최소한의 사교육만도 이미 월 30만원을 넘어간다"고 토로했다.


#항공사 승무원 입사를 준비중인 대학 졸업반 이모(22) 씨는 최근 입사 시험과 이미지 메이킹을 도와준다는 스튜어디스학원에 등록했다. 학원비는 월 70만원. 여기에 주 3회 요가 학원(월 13만원)에서 운동을 하고 주말에는 영어회화 학원(월 11만원)도 다닌다. 이씨는 "토익시험(4만4500원)에 프로필 사진(10만원)도 준비해야 하고, 면접시험 때는 다들 헤어와 메이크업(10만원) 정도는 기본으로 받고 간다"고 했다.

'요람에서 취업까지 사교육.' 이는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에 대한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이다.


자녀에 대한 사교육비는 엄밀히 따져 보육 비용부터 시작한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영유아를 기르는 1119가구를 조사한 결과, 1인당 월평균 총 교육ㆍ보육비용은 19만8000원이었다. 정부가 부담하는 보육료를 제외한 어린이집, 유치원, 영어학원, 놀이학원 이용에 들어가는 비용과 학습지 등 사교육 비용, 가정 내 양육을 위해 지출되는 개별돌봄서비스 비용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부터 취업때까지의 사교육 사이클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지난해 초ㆍ중ㆍ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쓴 돈은 총 18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600억원(3.1%) 늘어났다. 학생 수는 줄었는데 사교육 총 비용이 증가하면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역시 27만1000원으로 5년 연속 증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통계 역시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들을 포함해 산출한 것이어서 사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사교육 참여율도 2011년 이후 처음으로 70%대를 넘어섰다. 초등학생 82.3%, 중학생 66.4%, 고교생 55%가 사교육을 하고 있었다.


대학교에 간다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1월 취업준비생 14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어학능력시험 준비, 교통비, 의상비 등 취업준비에 드는 비용이 월평균 27만2302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 때의 24만713원보다 13.1%, 지난 2016년 22만8183원보다 19.3% 증가했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이 지출하는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준비된 인재들이 입사를 해도 정작 기업들은 다시 신입사원 교육ㆍ훈련에 18.3개월이 걸리고 재교육 비용도 평균 6000만원(2013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5959만6000원) 가까이 쓴다. 그래서 신입보다는 경력직 채용을, 정기 채용보다는 수시 채용 방식을 늘리고 있다. 채용 즉시 업무에 투입 가능하고 재교육, 훈련비용 등을 절감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요스토리] 사교육,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다



교육 비용이 부담스러워 기업들이 신규 직원을 줄이고, 줄어든 취업 기회를 잡기 위한 취업준비 비용이 늘고, 취업에 유리한 대학에 합격하고자 사교육 투자를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서울의 한 교사는 "사교육은 성공 욕구라는 인간의 본성에 기반을 둔다. 본성은 단속되지 않는다. 정부가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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