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은 해외로, 해외선 투자 꺼려…'규제개혁' 공염불
최종수정 2018.03.13 11:14기사입력 2018.03.13 11:14
해외 투자액이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 규모보다 3배나 많아

수도권 규제가 국내 진출 막아…양질의 일자리 창출 걸림돌

'리쇼어링 정책'으로 자국 기업 지원하는 선진국과 대조적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최근 10년간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액이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 규모에 비해 3배나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수도권 규제, 신산업 규제 등으로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국내 시장이 정체되자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우리 기업들이 크게 늘어난 반면,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은 답보상태여서 투자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추세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갈수록 힘들어질 전망이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수출입은행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해외직접투자(송금액 기준) 규모는 3010억달러(약 320조7000억원)인 반면 외국인직접투자(도착액 기준)규모는 1000억달러(약 106조5000억원)에 그쳐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3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접투자액이 437억달러(약 46조5000억원)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비해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액은 128억달러(약 13조6000억원)로 그 차이는 3.4배로 벌어졌다. 현 정부들어서 오히려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5년 중 그 격차가 가장 작았던 해는 2015년(1.8배)으로, 한중FTA 체결에 따른 기대효과가 반영돼 외국인직접투자액이 165억달러(약 17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렇듯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해외 기업이 국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규제'라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대표적 규제로 '수도권 규제'가 꼽힌다. 정부는 1980년대부터 '국가 균형발전'이란 명목으로 수도권에 공업 단지가 확대되는 것을 정책적으로 막았다.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되면서 수도권에서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 군사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상수도보호구역 등 10개의 복잡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 실제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는 2007년 5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화성시 시화호 남쪽 간석지에 420만㎡ 규모로 한국판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지으려 했지만 수도권 규제와 한국수자원공사의 거액 보상 요구로 계획은 좌절됐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신산업 역시 규제에 막혔다. 전세계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우버, 에어비앤비 등은 국내서는 불법이거나 제한적으로 서비스가 운영된다. 중국에서는 거지도 QR코드를 들고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구걸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금산분리 등 엄격한 규제 때문에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나오는데 한계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6월 무인이동체, 신재생에너지, ICT융합, 바이오ㆍ헬스, 핀테크 등 5개 신산업 분야 700여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7.5%의 기업이 지난 1년 사이에 규제 때문에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는 기업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경제계는 우려한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노동 규제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초 최저임금이 16.7%나 오르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 계획은 중소 기업에 더 큰 악재로 다가온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족인원은 약 26만6000명, 추가비용은 총 1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체 비용의 70%에 해당하는 8조6000억원이 30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 집중된다.

반면 전세계 국가들은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 베트남 등은 이미 수년전부터 공장 부지 무료 임대, 법인세 30년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면서 투자를 유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도 각종 규제를 풀고 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따져 봤을 때 동남아나 미국, 유럽 등 규제가 우리보다 완화돼 있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돼 있어 국내 기업 뿐 아니라 해외 기업도 한국에서 사업하기를 꺼리고 있다"며 "진정한 규제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갖춰야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규제개혁특별법이나 규제총량제와 같은 제도가 도입되지 못하고 있어 규제개혁의 속도가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다고 덧붙였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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