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는 지금]갈수록 커지는 美통상압박…건별로 각개격파하라
최종수정 2018.09.09 00:45기사입력 2018.03.13 11:08
- 철강·알루미늄·세탁기·태양광 패널…무역확장법, 세이프가드 등으로 압박
- 한미FTA·11월 중간선거 두 마리 토끼 잡기…車, 반도체, 디스플레이산업 긴장감
- 전문가들 "FTA 미국 이득 많다" 설득 중요, "협상 범위 넓으면 비효율"
- 현지 네트워크·안보 이슈 융합해 접근 필요…미국 내 일자리창출 등 경제 기여도 강조해야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무역전쟁을 하는 게 좋고, 이기기 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행보가 한층 더 빨라지고 확대되고 있다. 미 정부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나선 가운데 한미 FTA 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각종 법을 발동시켜 품목별로 제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1월로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 드라이브를 강하게 거는 이유다. 무역불균형 해소를 내세워 결실을 내면 중간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만큼 통상압박 대상 업종(품목)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ㆍ코참)는 미국에 진출한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관세부과 품목이 다양한 만큼 한꺼번에 대응하기보다는 건별로 차근차근 대응하고 현지 네트워크와 한국 특유의 안보 이슈를 적극 내세우는 것이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ㆍ미 FTA, 美 이득도 많아"…워싱턴 설득하는 정부= 한ㆍ미 FTA는 성공한 무역협상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무역협상이다. 양국이 모두 이득을 보고 있다.

장호현 주미대사관 경제공사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상품 무역적자가 133억달러에서 229억달러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에서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단 2.9%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지난 2015년 283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줄어들어 지난해 229억달러로 줄어든 것"이라며 감소세라고 전했다.

미국이 한미FTA를 공격할 때마다 지적하는 자동차산업 역시 마냥 미국에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이 한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3.6배 늘어난 반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는 1.8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장 경제공사는 "FTA 이후로 미국차들은 미국의 시장규제만 맞추면 2만5000대까지는 별도의 한국 규정에 맞출 필요도 없이 수출하게 해 줬다"며 "그런데도 한국에서 포드, GM 등의 자동차 제품이 크게 팔리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미국이 보고 싶은 숫자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미 정부는 미국 내 자동차시장 중 한국차의 비중이 19.7%(2016년 기준)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독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일본도 추월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한미FTA로 본 이득을 설명하며 워싱턴을 설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한국에 대한 농식품 점유율, 특히 쇠고기와 오렌지, 치즈 등은 확실히 늘어났다. 장 경제공사는 "FTA가 없었을 경우 오히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적자는 440억달러까지 늘었을 것이라는 보고서 도 있다"고 말했다. 상품 외에 서비스 분야에서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 2016년 기준 미국의 서비스 무역수지는 107억달러 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은 서비스 무역수지는 아예 배제하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무역보복…건별로 전략적 대응해야= 한ㆍ미 FTA 재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미 정부는 다양한 무역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선 특정 제품을 지정, 관세나 수입량 제한을 가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다. 세이프가드는 1974년 제정된 무역법 201조 조항에 따른 것으로 특정 품목 수입이 증가해 미국 산업에 피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되면 관세 또는 수입량 제한을 가할 수 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태양광패널과 세탁기 수입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대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는 방안에도 서명했다. 이 법은 미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부과,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수입을 규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철강에 대한 관세 폭탄이 결국 결정되자 반도체ㆍ자동차ㆍTVㆍ디스플레이 등 아직 미국의 통상압박 사정권에 들지 않은 업계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양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반도체 특허 침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올해 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국, 중국, 대만, 일본 기업 등을 상대로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대한 '관세법 337조'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자동차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은 자동차분야를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집중 공략했다.

이외에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세(Reciprocal Tax)' 부과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한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세금만큼 미국도 한국산 제품에 같은 비율의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실제 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발언은 무역전쟁에서 모든 조치를 총동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제 규범보다는 국내 정치적 상황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 표현이다.

전문가들은 전방위적인 통상 압박을 묶어서 처리하기보다는, 건별로 논리를 갖고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계 로펌인 에이킨 검프(Akin Gump)의 김유진 변호사는 "철강이나 세탁기 수입규제가 한ㆍ미 FTA 재협상 전체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면서도 "재협상과 무역규제는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협상 범위가 넓어질수록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렵고 재협상을 빨리 끝내는 데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모든 이슈들을 한꺼번에 커버해서 해결하려고 하면 아예 관리가 안 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美 현지 네트워크 외교 가장 중요= 적극적인 미국과의 네트워크 형성도 중요한 해법이다. 미국과의 통상문제는 경제적 관계가 아니라 안보적 차원에서도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한반도 정세에서 미국과 한국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만큼 국가안보 차원에서 강한 동맹을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안보라인들은 각종 관세 부과에서 한국은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 이슈가 중요한 상황에서 무역전쟁으로 한국과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장 경제공사는 "한ㆍ미 FTA는 양국간 외교 안보 동맹에 더한 경제동맹, 경제적 주춧돌"이라며 "한미FTA가 폐기되면 관세가 예전(FTA 체결 이전)으로 되돌아가 두 나라가 망하는(큰 타격을 입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재협상이 제대로 되려면 미국에게도 약간의 성공을 줘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위해 보호무역조치에 드라이브를 거는 만큼 절차적인 부분을 고쳐서 미국이 언론 등에 포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고 지역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부분들을 지역 의원들, 지역 대표들에게 적극 어필해야 이들이 상무부 측에 편지를 보내 항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한국의 입장을 적극 보호할 수 있는 동맹들을 미국 내에서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외에 국가적 차원에서는 다른 국가들과의 FTA 추구, 타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해 대응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으로 손해를 보는 국가들이 공동 대응하는 방안은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한 바 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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