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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윤택 성추행 사태…얼어붙은 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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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윤택 성추행 사태…얼어붙은 대학로 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가 19일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행 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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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위진솔 기자, 김성현 기자, 허미담 기자]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성추행 파문에 휩싸이면서 19일 공개 사과한 가운데 배우 김지현이 성폭행으로 임신과 낙태를 당했다고 추가 폭로해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극단이 몰려있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일대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당분간 연극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학로 한 극단 앞에서 만난 대학생 A 씨(22·여)는 “성폭력의 가해자가 연출한 연극이라면 절대 소비하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날 배우 김지현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폭행 부분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말에 저는 기자회견장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이윤택에게 성폭행을 당해)2005년 전 임신을 했다. 제일 친한 선배에게 말씀을 드렸고 조용히 낙태했다. 낙태 사실을 안 선생님께선 제게 200만 원인가를 건네며 미안하단 말씀을 하셨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사건에 대해 전형적인 권력형 범죄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생 B 씨(23·여) 는 “상하 관계가 있는 이상 성과 관련된 범죄들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을’입장의 사람들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에 말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분명 퇴사했을 것”이라며 “여자로서 인권이 있는데 그렇게 무차별하게 당하면서 일해야 하는 세상이 너무 더럽다”고 말했다.

이윤택 성추행 파문에 대해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업주들도 입을 모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극단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C 씨(28·여)는 “내가 성추행 문제로 말을 한다면 보통 ‘넌 왜 이렇게 민감해’라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며 “이런 쉬쉬하는 분위기 때문에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르포]이윤택 성추행 사태…얼어붙은 대학로 철거되는 이윤택 기념 동판/사진=연합뉴스



이윤택 성추행 사건과 같은 사건을 목격했다면 당장 고발에 나서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D 씨(22·남)는 선배의 성폭력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성추행)상황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면 해당 업계에서 발을 빼겠다”며“그 후 선배의 성폭력 사실을 직접 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연극계에서는 쉽게 가라 앉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교에서 무대 연출을 전공하고 있는 E 씨(22) 는“사회에서 일어나는 성 문제도 금방 꺼지지 않는가? 때문에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이윤택 사건은 그냥 한 집단의 작은 문제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이윤택 성추행 사건으로 극단 경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극단 관계자 F 씨(26·남)는 “연극을 홍보하는 입장에서 관람하러 오시는 분들이 이번 이윤택 사건 때문에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당장 불어닥칠 극단 경영 위기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19일 이 전 감독의 성추행 사태를 계기로 문화예술계 전반의 성폭력 특별실태조사에 조만간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서울연극협회도 이날 이 전 감독을 제명하고 “권력의 그늘에서 희생되는 연극인이 없도록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앞서 한국극작가협회도 17일 이 전 감독을 제명한 바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위진솔 기자 honestywe@asiae.co.kr
김성현 기자 sh0416hyun@asiae.co.kr
허미담 기자 pmdh03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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