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다가온다…수출감소·고용대란·금융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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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이지은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20일 미국의 강도높은 경제압박과 관련해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비장한 마음으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미국이 세탁기ㆍ태양광에 이어 철강까지 무역제재를 예고하면서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GM 철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고, 한미 간 금리역전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의 결기에도 불구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내 이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다.

이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를 결정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수입 규제안을 마련, 한국이 좀 어려운 상황에 몰려가고 있는 것 같다"며 "관계부처가 비장한 마음으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전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GM 문제는 한미 FTA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미국의 경제압박에 우려를 표시했다. 백 장관은 "GM도 마찬가지고 철강(무역확장법 232조)도 한미 FTA와 연결 안 된 게 없다"며 "자동차 사업 전반에 대한 FTA 협상에서는 GM 문제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캠프 시절부터 얘기했고 여기서 끝은 아닐 것"이라며 "끝이면 좋은데 계속 다른 전선을 넓혀나갈 수밖에 없고 보호무역주의에 맞서서 우리 수출 전략도 많이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와 백 장관이 잇따라 위기감을 드러낸 것은 미국의 경제압박이 통상의 범위를 벗어나 매우 공세적인데다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엄청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밝히면서 고용시장에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군산공장 직원 수는 2000명에 불과하지만,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이번 건으로만 1만명 이상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GM이 창원ㆍ부평 등 추가 공장 폐쇄 가능성은 물론 전면 철수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위기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 우리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3%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마저 미국의 무역보복 조치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지난달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데 이어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의 철강 제품에 최소 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제재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의 특성상 앞으로도 이 같은 정책 방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주 대비 0.02%포인트 상승한 2.87%을 기록하는 등 3%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 달 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결정을 앞두고 금리인상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만약 내달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11년만에 우리나라(1.5%)보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금리역전 현상이 일어날 경우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그동안 국내 증시의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급격히 이동할 여지도 그만큼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외국인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금액은 265조118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비중만 42%에 육박한다. 과거 금리역전기(2005년 8월~2007년 8월)에 20조원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미국의 무역 파상공세에 "안보의 논리와 통상의 논리는 다르다"며 안보와 통상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이런 시각은 국제정치적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에서도 볼 수 있듯 강대국일수록 안보와 통상을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런 경향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물밑의 기류를 정확하게 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