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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산업이 사라진다…韓제조업 총체적 난국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6초

자동차·조선 부진으로 반도체·화학만 경제 떠받쳐
제조업 가동률 71.9%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
업종별 불황·호황 엇갈리자 지역경제도 덩달아 희비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국가대표 산업'들이 차례로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에는 반도체ㆍ화학ㆍ자동차ㆍ조선철강 등 네 기둥이 나란히 한국 경제를 떠받쳤지만 최근 자동차ㆍ조선이 불황, 판매 감소 등의 이유로 위기를 맞으면서 두 개의 기둥만 경제를 지지하고 있다. 제조업 가동률도 외환위기 당시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짐에 따라 고용 불안 등으로 이어지는 경제 악순환의 단초가 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혁신과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9%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67.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기업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을 100개로 봤을 때 실제로는 72개만 만들었다는 얘기다. 통상 제조업 가동률 80% 수준을 정상적인 생산활동 기준으로 삼는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지난달 산업활동동향과 관련해 "반도체 업황이 좋았지만 해양 플랜트 등 조선업 업황이 나빠 제조업 가동률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가동률 하락은 조선ㆍ자동차산업 위기에서 비롯됐다. 클락슨 통계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의 2016년 상선 수주는 2015년 288척 대비 200척 이상 감소했으며 수주금액도 240억달러에서 39억달러로 급감했다.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후판 설비 가동률은 2008년 101%에서 2016년 76%로 떨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조선업계가 대대적인 설비 감축에 나서지 않는 이상 2020년 전체 가동률이 반 토막 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자동차산업도 불황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생산, 내수, 수출이 모두 감소하며 '트리플 부진'을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산은 411만5000대(이하 잠정집계)로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국내 판매 대수(수입차 포함)는 179만3000대로 전년보다 1.8%, 수출은 252만9000대로 3.5% 줄었다.


그나마 반도체가 나 홀로 호황을 보이며 자동차ㆍ조선의 부진을 만회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996억8000만달러로 단일 품목 사상 최초로 900억달러를 돌파했다. 1994년 우리나라 총수출을 능가하는 규모다.수출 증가의 품목별 기여도를 살펴봐도 반도체가 무려 42.9%에 달해 압도적으로 높다. 유가 상승세를 탄 석유화학업계도 지난해 450억달러 수출을 통해 무역 1조달러 달성에 일조했다.


반도체ㆍ석유화학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 두 업종마저 무너질 경우 제조업 붕괴를 막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엔 한국 경제를 설명할 때 반도체, 화학, 자동차, 조선철강을 이야기했다"며 "지난해엔 반도체, 화학, 자동차를 꼽았고 올해는 반도체, 화학 외에는 손에 꼽을 업종이 없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불황ㆍ호황이 갈리면서 지역 경제도 희비가 갈린다. 군산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지역 경제의 또 다른 축인 한국GM 공장마저 문을 닫게 됐다. 조선 경기 침체로 거제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떠나면서 지난해 말 인구가 25만4073명으로 1년 전(25만7183명)보다 3110명 감소했다. 조선ㆍ자동차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이 밀집한 창원은 부동산시장이 고사 상태다. 분양가보다 1000만~3000만원 싼 매물이 쌓이고 있다.


반면 삼성ㆍ현대ㆍ기아차 등 기업 공장과 연구시설이 들어선 경기도 화성과 충남 아산은 신흥 부자 도시로 부상했다. 화성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4년 기준 7376만원, 아산은 8455만원을 기록해 전국 평균(3068만원)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을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전체로 보면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전반적으로 생산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정상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중국ㆍ신흥국의 추격과 선진국을 얼마나 추격하고 있나를 고민하면 그 사이에 껴서 샌드위치 상태로 소멸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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