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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표 또 다시 정치권 사찰 주장…이번엔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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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표 또 다시 정치권 사찰 주장…이번엔 사실일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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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당 후보들에 대한 정부의 내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홍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인물난을 지적하는 기자들로부터 ‘현역의원도 차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홍 대표는 “(정부가) 전국적으로 사냥개들을 내세워 한국당 후보자들을 내사하고 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세무조사나 수사 우려 때문에 거의 입당을 주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정권이 하는 일이 이것이다. 그래서 한국당이 인재난을 겪고 있다”면서 “현역의원은 스스로 나오지 않는 한 차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의 ‘정치권 사찰’ 발언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다. 적폐청산을 부르짖는 문재인 정부가 지방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는 한국당 후보자들을 대대적으로 내사하는 ‘정치판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가히 정국을 뒤흔들만한 사안이다. 이 발언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정치권은 뒤집힐 수밖에 없다. 여당은 지방선거에 비상이 걸리고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책은 사실상 휴점 상태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문제는 홍 대표의 발언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홍 대표의 발언 중 팩트와 어긋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탓이다. 유력 정치인 중 홍 대표만큼 '팩트체크의 흑역사'를 가진 정치인은 찾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가장 유사한 사례는 지난해 추석 연후가 지난 후 벌어졌다. 홍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정치사찰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홍 대표는 지난해 10월9일 "검찰과 경찰, 군이 내가 사용하는 수행비서 명의의 휴대전화를 통신조회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것은 정치 사찰이다. 겉으로는 협치하자고 하면서 이런 파렴치한 짓은 더는 해선 안 된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홍 대표의 정치사찰 주장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언론에서 바로 팩트체크에 들어갔다. 그 결과 전체 6건의 조회 가운데 4건이 박근혜 정부 때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자 홍 대표는 페이스 북을 통해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통신조회를 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조회한 자세한 내용을 해당 기관에서 국민의 오해가 없도록 밝혀주기 바란다"고 슬쩍 발을 빼는 모양새로 전환했다. 또한 "해명 내용을 들어보고 향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톤을 낮췄다.


정치사찰 주장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통신조회가 아니라 도청이나 감청이 이루어졌어야 한다. 홍 대표 수행비서의 통신조회를 담당했던 군 당국과 경남경찰청도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비위 수사 과정에서 홍 대표의 수행비서 전화번호가 나와 인적사항을 확인한 것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홍 대표의 정치사찰 주장은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홍 대표는 막말 논란을 떠나 발언 자체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파업 사태를 맞은 MBC의 김장겸 당시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팩트에 어긋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지난해 9월2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노동부 특별사법경찰관(근로감독관)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을 것”이라고 두 차례나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음 날 바로 고용노동부 자료를 배포했다. 근로감독관이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신청해 발부받은 체포영장 건수는 2016년에만 1459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구속영장은 총 19건이 발부됐다. 지난해 초부터 홍 대표가 주장한 시점까지는 체포영장 872건, 구속영장은 26건에 달했다.


홍 대표의 근거가 없는 주장은 본인과 관련해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12월25일 제천 화재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경남지사를 하는 4년 4개월 동안 경남에서 건물이나 사람이나 불난 일이 한 번도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홈페이지 등을 검색하면 경남 지역의 화재 사고가 다른 지역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홍 대표가 경남지사로 재임하는 동안 경남지역의 화재 발생은 총 2만6315건에 달했다. 경기와 서울에 이어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이 기간에 105명이 사망하고 490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비율도 17.4%에 달해 전국 평균인 14%를 웃돌았다.


이밖에 사실과 다른 자잘한 발언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알고서 거짓을 주장한 것인지, 몰라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막말은 철저히 계산을 한 것이라는 홍 대표의 주장이지만 허위 주장도 그런 범주에 해당하는지 묻고 싶은 상황이다.


하지만 제1야당의 대표가 계속 팩트에 어긋나는 주장을 펼치는 것에 대한 식상함을 감출 수 없다. 거짓을 일삼는 ‘양치기 소년’의 우화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 후보자 내사라는 정치사찰 주장이 오히려 언론에서 묻혀가는 분위기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정말 애매한 상황을 홍 대표 스스로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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