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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만 먹는 버스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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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특성상 차고지 구내식당서 두끼 해결해야 하는 버스기사들
2000원대 저질식단에 끼니 거르거나 도시락 먹어
서울 시내버스 기사 100여명 '질 개선' 청원

'풀'만 먹는 버스기사들 서울 시내버스 한 회사 구내식당에서 기사들에게 제공한 아침식사 모습. (사진=버스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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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서울시 시내버스 일부 노선의 버스기사들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단가 2700원짜리 구내식당 밥을 먹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저질 식사에 일부 기사들은 끼니를 거르거나 따로 싸온 도시락을 먹고 있지만 버스회사와 노동조합 모두 개선 의지가 없어 기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콩나물국, 호박나물, 근대나물, 무말랭이.' 지난 16일 제일여객, 서울운수, 한국BRT자동차 3개 버스회사가 모여 있는 은평구 진관공영차고지에서 나온 아침식사 메뉴다. 471번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한 기사는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토로했다. 그는 "버스기사의 업무 특성상 차고지 내 구내식당에서 하루 두 끼를 해결해야 하는데 매일 풀만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의 버스기사 100여명은 구내식당 식사 질 개선 요구 청원에 동참하고 있다.

'풀'만 먹는 버스기사들 버스기사들에게 제공되는 아침 식사 식단표. 대부분이 나물 반찬으로만 구성 돼 있다. (사진=버스기사 제공)


버스기사들은 이 같은 문제가 노조의 역할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맺은 '단체협약서 및 임금협정서'에 따르면 '회사는 순수복지후생적 측면에서 식사를 현물로 무상 제공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즉 회사는 기사들에게 식사 제공의 의무만 있고 식사의 질에 대한 의무는 없기 때문에 이를 노조가 챙겼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진관공영차고지를 이용하는 한국BRT자동차 노조 관계자는 "식사의 질 문제는 우선 순위가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근무 순번에 따라 그마저도 먹지 못하는 기사들이 나오는 등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며 "근로자 400명 이상이 사용하는 곳인 만큼 사측과 협의해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식사의 질 문제는 서울의 65개 버스회사 상당수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통네트웍 노조 관계자는 "여러 회사가 함께 사용하는 공영차고지의 경우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어 식사 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만큼 서울시에서 음식의 질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버스정책팀 관계자는 "식사 단가 등 관련 문제는 노사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사안으로 시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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