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반발 거센데"…유치원 영어금지 논란 커진 이유는?
최종수정 2018.01.14 01:51기사입력 2018.01.13 08:30
초등 1·2학년 방과후학교 이어 유아 특별활동도 금지 방침
당장 3월부터 vs 1년 유예, 시행시기 놓고 교육부도 오락가락

유치원에서 수업중인 어린이들(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초등학교 1·2학년에 이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영어 수업을 금지하겠다는 정부가 시행 시기를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찬반 대립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학부모 상당 수가 "비용이 저렴한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특별활동을 금지하면 고가의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것"이라고 반발하는 가운데 교육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아예 유아 대상 영어 사교육까지 전면 금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현재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특활을 내년 2019년 3월부터 금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당초 오는 3월 새 학기부터 방과후 영어 수업을 금지하려 했지만 학부모 반발이 거세지자 6개월 또는 1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의견 수렴 후 결정하겠다며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

다만 놀이 위주의 올바른 유아 교육을 위해서는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영어 특활을 금지해 과도한 영어 조기교육을 지양하겠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달 27일 발표한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통해 2020년부터 지식 습득이 아닌 놀이 위주로 누리과정을 개편하고 다양한 교육방식을 현장에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출발선 단계부터 교육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유아교육의 큰 틀을 바꿔가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여기에는 영어 수업 등 무분별한 특성화 프로그램 대신 유아들이 자유롭게 노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공교육정상화법(선행학습 금지법)에 따라 초등 1·2학년도 방과후 영어 수업을 허용하지 않게 된 만큼 그 이전 단계인 유치원과 어린이집에도 허용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같은 결정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방침이 알려지자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즉각 반발했고, 교육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된 정책이 아니며 학부모와 각계 의견을 충분히 들어 살펴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정책을 담당하는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당장 금지한다는 것이 아니며 교육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시·도교육청과의 협의 등을 통해 별도 지침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교육부는 어린이집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이 문제를 놓고 논의를 진행중이었다. 정치권에서도 학부모와 유치원·어린이집, 특활 교사 등 관계자들이 정책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교육 현장의 혼란을 줄이려면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시행 시기를 다소 늦추는 쪽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이 와중에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지난 11일 열린 총회에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에 유치원을 포함하는 개정안을 교육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유아 발달 단계에 맞는 적기 교육, 초등 교육과정과의 연계, 유치원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 등을 위해서는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수업 금지'에 찬성한다는 것이다.

반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33개 시민단체들이 유치원·어린이집 뿐 아니라 유아 대상 영어학원들의 선행교육도 금지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유치원·어린이집의 수업만 규제하면 사교육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되는 영어 수업은 학생이 전혀 영어를 배우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구성하고 수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거쳐 다음주 중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특활 수업 금지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낼 방침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지금도 유치원에선 영어를 학습이 아닌 놀이 형태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마저 금지한다면 오히려 사교육 시장만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며 "교육부가 이미 정책을 다 결정해 놓고 이제와 의견을 묻겠다고 하다 논란이 확대되자 '유예' '연기'라는 카드로 혼란만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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