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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不인상' 눈가림인 이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0초

에너지가격 올 기준으로 고정 추계·심야 할인율 조정해 사실상 인상
떨어지는 한전 수익성도 문제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탈(脫)원전ㆍ탈석탄 등 에너지 정책 전환에 따르더라도 국민에게 전가되는 전기요금 인상폭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정부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을 공개하면서 던진 메시지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에너지 가격을 올해 기준으로 고정해 추계했다는 점과 기업들이 많이 사용하는 심야전기 할인률 조정을 통해 사실상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는 것이다.

우선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국장)은 15일 "미세먼지 감축, 기후변화 대응 등 환경개선 비용, 신재생 설비 투자비 등을 고려하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산업부가 2030년까지 설정한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률 목표치는 10.9%다. 앞으로 4년 정도는 큰 인상요인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2022년부터 연평균 1.1∼1,3%씩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면 4인 가족 기준(월 350kWh)으로 현재 한 달에 5만5000원가량인 전기요금은 2030년 6만1000원 정도가 된다. 월평균 전기요금이 매년 610∼720원씩 오르는 셈이다.


하지만 이 분석기준은 2017년 연료비 기준이다. 박 국장도 향후 국제 에너지시장 변화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현 정부 임기 내 가격 상승이 적은 것은 지난 정부에서 허가된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가 추가로 완공되고, 과거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원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향후 미세먼지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 등에 따른 환경비용이 발생하고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비용까지 더해질 경우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추계에서 연료비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는다"고 발표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산업부가 밝힌 지난해 전체 전기요금 중 연료비 비중은 36%가량이다. 한국전력이 전기에너지를 사 오는 전력구입비 대비로는 45∼55%가량을 원유ㆍ가스ㆍ원자력 등 연료비가 차지한다.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자연스레 오르게 되는 이유다. 실제 지난 13년간 전기요금 인상률은 약 68%를 기록했다. 연료비와 물가상승 등 전력구입비를 제외한 실질 전기요금 인상률(13.9%)보다 5배가량 높다.


한전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전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37.3% 급락한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원전가동률이 70%대로 크게 부진한 것과 석탄 단가 상승도 전기료 인상을 부추긴다.


산업부는 기업을 상대로 심야에 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는 경부하 시간대 전기요금을 내년부터 인상할 방침이다. 경부하 요금은 전기 부하량이 많지 않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9시까지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50%까지 할인해주는 제도다. 박 국장은 "어떤 형태로든 조정이 이뤄지면 기존 설비 투자 기업은 이를 감내해야 한다"며 "산업용 전력의 50% 이상이 경부하 요금이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는 지속적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기업위원회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산업용 경부하 요금의 할인폭을 10%에서 70%까지 축소할 경우 기업은 연간 최소 4962억원에서 최대 3조4736억원까지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재계 관계자도 "산업용 전기요금은 꾸준히 올라 이미 주택용과 차이가 없다"며 "요금이 더 오르면 제조업의 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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