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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새우 외교전, 1승 후 의문의 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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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새우 외교전, 1승 후 의문의 1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국빈만찬 메뉴 중 하나인 독도새우(사진 맨 오른쪽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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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외무상, 협조적 발언 후 日 언론 "항의" 보도에 뒤통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독도새우'를 둘러싼 한일간 외교전이 서로 1승씩 주고받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선제공격은 청와대가 날렸다. 청와대는 국빈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위한 환영만찬 메뉴에 독도새우를 등장시켜 일본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은 독도새우를 빌미로 우리 외교부의 뒤통수를 때리는 절묘한 언론플레이를 통해 카운터펀치를 날린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일본 언론은 지난 9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한국측에 독도새우 메뉴에 대해 강한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항의를 한 적이 없는데도 일본 외교부가 언론플레이를 하기 위한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자리에 우리 외교부 관계자를 끌어들여 외교부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이다.


상황을 재구성 해 보면 이렇다. 지난 8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각료회의에는 한국 대표로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이 참석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중이어서 윤 조정관이 대신 참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제회의 참석자의 좌석은 알파벳 순으로 배치돼 한국과 일본은 옆 자리에 앉는 경우가 많다. 회의 시작 전 윤 조정관 옆 자리에는 고노 외무상이 아닌 평소 안면이 있는 외무상 관료가 앉아 둘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잠시 후 이 관료가 "우리 외무대신이 전할 말이 있다"고 했고 윤 조정관은 별 생각 없이 고노 외상을 따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고노 외상은 "독도새우가 만찬에 나와 국내(일본) 여론이 좋지 않으니 외교적으로 상황을 잘 관리해나가자"고 말한 뒤 이를 강 장관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윤 조정관은 '상황을 잘 관리해 나가자'는 말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했고 이 만남을 강 장관에게 보고했다.

문제는 다음날(9일) 아침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등이 "고노 외무상이 한국의 윤 조정관에게 독도새우 등에 대해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된 후 터졌다.


'상황을 잘 관리해 나가자'는 말이 '항의했다'로 뒤바뀐 것이어서 윤 조정관은 크게 당황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뒤늦게 윤 조정관은 일본 언론의 보도 내용을 해명하느라 혼쭐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강 장관에게도 '항의'라는 단어는 들어가 있지 않았고, 그 비슷한 뉘앙스의 단어도 없었다고 다시 보고를 해야 했다.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일본 정부는 언론 공작(?)을 능수능란하게 한다. 이런 상황이 자주 있다보니 우리 쪽이 일본을 불신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번 경우가 일본의 언론 플레이에 뒤통수를 맞은 경우"라고 분개했다.


다른 소식통은 "일본 정부와 언론이 합작해 오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우리 언론이 외신을 그대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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