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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 “한국 사회안전망 문제 있어…정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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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 “한국 사회안전망 문제 있어…정의 아냐”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에서 이국종 교수가 JSA로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귀순 병사의 집도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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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13일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돼 이국종 교수의 집도 하에 5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은 가운데 과거 이국종 교수가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한국 사회 현실을 꼬집은 강의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8월7일 이국종 교수는 CBS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세상은 만만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이날 이 교수는 외상외과 전문의로 응급의료 현장에 출동해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 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로 인해 환자를 살리기 힘든 현실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대부분 의사를 생각하면 책상머리에서 오더를 내리고 간호사들이 다 시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 나가보면 의사, 간호사가 뒤섞여 한팀을 이뤄야 해요. 의사가 만약 '나는 의사니까' 하면서 지시만 내리고 뒤에 빠져 있으면 환자는 100% 죽어요"하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시를 내릴 사람은 많은데 전통적으로‘노가다’를 뛸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이런 일은 남이 해야 하는 거라 생각하죠. 아니면 남이 했다가 자기한테 해가 되면 안 되니까 오만 가지 이유를 대서 이런 일은 하면 안 된다고 하고, 이런 일이 의료계에서만 있는 줄 알았어요. 사회 전반이 바뀌지 않으면 이 문제는 나아지지 않아요”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그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이 교수는 “환자가 응급실에 깔려 있으면 안되니까 곧장 수술방 들어가서 뿜어져 올라오는 피를 막아내야 한다. 그러면 뭐라고 할 것 같나?”라고 청중들에게 묻고 5가지 답변을 제시했다.


이 교수의 질문에 한 청중이 ‘1번’처럼 말했을 것 같다고 답하자 이 교수는 “1번이라고 생각하신 분, 그런 생각 가지고 있으면 한국에서 사회생활하기 많이 힘들 겁니다. 한국사회 별로 그런 거 없어요”라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국종 교수 “한국 사회안전망 문제 있어…정의 아냐” 유희석 아주대병원장과 이국종 교수 등 전담 의료진이 31일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지난 30일 새벽 1차 수술을 마친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회진하며 수술 상처부위가 잘 치유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교수의 이런 질문에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 주얼리호’ 구출작전 당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한국으로 후송해 치료한 사연이 녹아있다.


당시 이 교수가 근무하는 아주대병원은 석 선장 치료비를 받지 못했 수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이 교수도 석 선장을 후송하느라 빌린 에어앰뷸런스의 비용지급 독촉을 받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환자 리스트를 보여주며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건강불평등의 문제를 언급했다.


이 교수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사고로 다치거나 고층건물 옥상에서 추락하거나 길을 걷다 차에 치인 44세 무직자 이씨. 34세 마트판매원 김씨. 48세 일용직 노동자 이씨. 24세 생산직 노동자 최씨. 53세 생산직 노동자 신씨. 24세 음직점 배달부 주씨 등”을 언급하며 청중들에게 “제 중증외상 환자의 일부인데 이 중에서 끗발 날리는 직업이 있습니까? 이걸 본 여러분의 결심은 뭔가요. ‘나는 저런 직업을 가지지 말아야지?’ 그런데 어떡하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라고 말했다.


이국종 교수 “한국 사회안전망 문제 있어…정의 아냐” 13일 저녁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이국종 교수와 군 관계자가 JSA로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교수는 이어 의료이용에 있어서도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 김영란법 때문에 의사에게 청탁할 수 없지만 왜 내 핸드폰에는 문자가 수백통이 깔려 있을까요. 한국사회는 다치거나 했을 때 전화해가지고 ‘나 누군데’ 해서 ‘누구누구 알지’ 하는 식으로 압력이 들어가지 않으면 처리가 안된다는 사회적 불신이 있죠. 비참한 겁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문제는 중증외상환자들 대부분은 노동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겁니다”라고 강조한 뒤 “이런 분들은 다치고 길바닥에서 죽어나가도 사회적으로 여론을 형성하지 못해요. 고관대작들은 아파서 병원에 가면 병원장부터 전화 오고 잘해줍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사회가 다 그래요. 이런 불합리한 일은 안 당해보신 분은 모를 겁니다. 사회안전망 구성에 문제가 있잖아요. 정의가 아니잖아요”라고 일갈했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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