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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판옵티콘]①관상보는 AI로 정말 '동성애자'도 판별 가능할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2초

남성 81%, 여성 71%의 정확성이라는데…백인만 판별가능
나치 독일에서 순수 아리안 혈통 판정 때 쓰던 '우생학'의 광기 연상


[AI 판옵티콘]①관상보는 AI로 정말 '동성애자'도 판별 가능할까?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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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사람 얼굴 사진으로 동성애자를 판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이 미국에서 발명됐다는 소식에 성(性)소수자 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개발자들 입장에서 이 AI는 자체 알고리즘을 이용한 과학적 산물이지만 성소수자 단체들은 "위험하고 허접한 과학"이라 비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나치 독일이 순수 아리안 혈통을 외모로 판정한다며 사용했던 '우생학(eugenics)'의 광기 재현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동성애자 판별 AI 논란은 영국 BBC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 마이클 코신스키 연구팀이 개발한 동성애자 판별 AI에 대해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연구팀은 인터넷 데이트 웹사이트에 등록된 남녀 1만4776명의 사진 3만5326장과 이들이 스스로 밝힌 성적 취향 정보를 바탕으로 외모에서 나타난 동성애자의 특징을 파악,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빅데이터를 통한 통계를 작성, 이를 인공지능에 활용하는 기술로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은 남성의 경우 81%, 여성은 71%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AI 판옵티콘]①관상보는 AI로 정말 '동성애자'도 판별 가능할까? 과거 19~20세기 우생학자들은 인류를 흑인, 유색인종, 남부유럽인, 북부유럽인으로 구분하고 우수한 북부유럽 백인종을 제외한 나머지 인종들은 지능이 낮고 범죄가 높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사진=위키피디아)


하지만 실제 이 AI의 한계 역시 뚜렷하다. 이 AI 소프트웨어에 대해 보도한 영국의 시사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실험에 쓰인 사진들이 백인의 외모적 특징만 가지고 분석한 데이터인데다 보통 각종 '뽀샵'처리를 해서 올리는 데이트 웹사이트에 등록된 사진이란 점을 고려하면 명백히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 AI는 방대한 자료를 줬을 때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한다. 특정 사진에 나온 얼굴만으로 동성애자를 판별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한계가 있었던 것.


그럼에도 연구팀이 동성애자의 외모적 특성까지 거론하면서 미국 내에선 더욱 논란이 됐다. 이 연구팀은 남성 동성애자는 턱이 좁고 코가 길며, 여성 동성애자는 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연구팀의 주장에 대해 당장 미국 내 성 소수자 단체들은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어설픈 인공지능으로 동성애자를 잘못 판명하거나 공개하고 싶지 않은 성적취향을 드러내는 것은 선량한 시민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며 위험하고 쓸모없는 과학이라는 것.


[AI 판옵티콘]①관상보는 AI로 정말 '동성애자'도 판별 가능할까? 영화 '25시'에 나왔던 나치 독일의 순수 아리아인 혈통 판별 모습. 당시 나치 독일 정권은 순수 아리아인 혈통의 외모적 특징을 법으로 정하고 나머지 인종들은 인류 발전에 장애물이라며 척결대상으로 지목했다. 유태인 대량 학살의 이론적 근거가 되기도 했다.(사진= 영화 '25시' 장면 캡쳐)


사실 외모로 사람을 판별하는 이른바 '우생학'이란 유사과학은 지난 20세기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문화적 현상 중 하나였다. 인종차별주의를 극도로 혐오했던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진화론이 변질돼 발전한 우생학은 19세기부터 서구사회를 지배했던 인종차별주의와 합쳐져 오로지 외모 하나로 사람을 판단하는, '과학의 탈을 쓴 비과학'으로 발전해 나갔다.


얼굴을 보면 범죄자의 관상이 따로 있으며 이런 관상은 주로 유색인종에서 나온다는 우생학의 논리는 나치 독일로 건너가 유태인 학살의 이론적 근거가 되기도 했다. 나치 독일 정권은 세계를 진보시킬 우수한 순수 아리아인 혈통의 외모적 특성을 법으로 만들고 이것의 모범이 되는 사람들을 모델로 내세웠다. 그리고 이 기준에 미흡하다 알려진 유태인, 집시족은 물론 기준에 탈락한 장애를 안은 자국민들까지 모두 수용소로 보내거나 학살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당시 우생학 광풍은 미국에서도 상당히 몰아쳤다. 지능이 낮고 범죄율이 높은 인종이라 분류된 흑인, 미국 원주민, 동양인, 남부 유럽계통 주민들 등 이른바 우생학적 '부적자'들에 대한 강제불임법이 통과되기 시작했다. 1910년부터 1930년대 사이에 미국 내 24개 주가 이 강제 불임법을 통과시켰으며 미국 연방의회는 열등한 지역의 주민들은 이민으로 받지 않는다는 이민제한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가 불과 70여년전에 실제로 일어났었고, AI란 신기술을 매개로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앞으로 AI로 인간을 판별하는 기술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발자들과 인권단체들과의 충돌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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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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