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징병제 논란]①文대통령 '여성징병제' 언급…논의 확산되나

"국방의 의무를 남녀가 함께하게 해달라는 청원도 재밌는 이슈"

최종수정 2017.09.13 13:44기사입력 2017.09.13 11:21 김경은 디지털뉴스본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여성징병제’ 관련 청원 내용을 언급했다. 대통령이 여성징병제 논란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방의 의무를 남녀가 함께하게 해달라는 청원도 재밌는 이슈 같다”며 “육군·공군사관학교 수석졸업자들이 거의 해마다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현옥 인사수석은 “여성 중에도 사실 국방의 의무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청원은 ‘남성만의 실질적 독박 국방의무 이행에서 벗어나 여성도 의무 이행에 동참하도록 법률개정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30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원인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 병역자원이 크게 부족해졌다”며 “현역 및 예비역에 대한 보상 또한 없다시피 하다. 여성들도 남성과 같이 일반병으로 의무복무하고 의무를 이행한 국민이라면 남녀 차별 없이 동일하게 혜택을 주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하루 만에 ‘베스트 청원’에 오르면서 약 1주일 만에 청원 인원 10만 명을 돌파했다. 13일 오전 10시 현재 이 청원에는 12만 명 이상이 동참하고 있다. 온라인 서명 접수는 오는 14일에 마감한다.

징병제와는 거리가 있지만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여성의 군 복무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군대는 여성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육사, 공사, 해사 등 수석졸업자는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군의 비율을 대폭 확대하겠다”면서 “병력 자원이 줄어드는데 여군을 늘릴 필요가 있다. 제대로 처우해주면서 당당하고 훌륭한 직업으로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한편 우리나라에서 여성징병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건 2000년 무렵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 가산점제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군 복무자에 대한 보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남성들을 중심으로 여성도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성만 징집 대상이 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헌법 제39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헌재 판례에 따르면 국방의 의무는 병역법에 의해 군복무에 임하는 등 직접적 병력형성의무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 및 병력형성 이후 군작전 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해야 할 의무도 포함한다.

다만 여성의 경우 병역의 의무에서 제외된다는 것도 법에 명시돼 있다. 병역법 3조 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 반면 ‘여성은 지원에 의해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한 병역법 3조 1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례도 세 차례 있었다. 그러나 헌재는 이에 대해 번번이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0년 11월과 2011년 6월 합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2014년 3월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이 합헌 판결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남성이 전투에 더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도 생리적 특성이나 임신과 출산 등으로 훈련과 전투 관련 업무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며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의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남성 중심으로 짜인 현재의 군 조직에서 여성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면 상명하복과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희롱 등 범죄나 기강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본부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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