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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정이 만난 사람]"독서는 잉여행위, 헌책방으로 휴가 떠나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7초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운영 책고수 윤성근 작가

[서소정이 만난 사람]"독서는 잉여행위, 헌책방으로 휴가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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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스위스로 휴가를 간다면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난다면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함께 읽어보세요."


가을의 문턱이라는 입추(立秋)지만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지쳐가는 월요일, 서울 녹번동에 위치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만난 윤성근 작가(42ㆍ사진)는 휴가지에서의 '꿀잼(굉장히 재미있다) 독서법'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자타공인 책벌레인 윤 작가에게 '독서로 떠나는 휴가법'에 대해 묻자 첫번째로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휴가지에서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였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읽을 만한 여유를 만들지 않고 휴가 계획을 세우면서 꾸역꾸역 가방에 읽지도 않을 책을 싸들고 간다"면서 "어차피 읽지 않을 책이라면 과감히 책을 두고 가 가방의 무게를 줄이는 것을 추천한다"고 웃었다. 그 다음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휴가지에 관련된 배경을 소재로 한 책을 들고 가는 것이다.


"일본 도쿄로 여행을 간다면 마쓰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을 들고가 도쿄 역 15번 플랫폼에 잠시 서보세요"라는 그는 휴가의 의미가 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 작가는 출판가에서 '책고수'로 알려진 인물이다. 어렸을 때부터 활자중독이었던 그는 잘 나가는 IT 회사를 서른살에 그만두고 서울 응암동에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름을 딴 헌책방을 차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유럽 소설ㆍ철학ㆍ시집ㆍ화집 위주로 5000권을 엄선했다. 2007년 생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걸음에 힘입어 한차례 이사를 거쳐 어느덧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그 사이 사람들이 책에 써놓은 사연 있는 메모를 엮어 펴낸 책 '헌 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해 화제를 모았다. 내년에는 이 책을 일본에서 출판하기 위해 현지 출판사와 협의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연도 특별하다. 역시 '책벌레'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이던 시절 우연히 들렀던 윤 작가의 헌책방에 감명을 받아 평창동 희망제작소 사무실 디자인을 그에게 직접 부탁한 것이다. 이게 인연이 돼 서울시장 부임후 집무실 서가 디자인도 그가 도맡았다.


"잘 관리된 헌책은 오크향이 벤 와인처럼 향긋한 펄프향이 난다"는 윤 작가에게 출판된 지 10~15년이 된 책은 여전히 새 책과 다름이 없다. 실제 그의 헌책방의 책들은 헌책의 이미지를 벗고 정갈한 모습으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책은 펄프로 만들어져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다"는 그는 "책들도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위치를 바꿔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 위에 쌓인 먼지를 고민하는 기자에게는 타조털 먼지털이를 추천해줬다.


"몇권의 책을 읽었냐는 물음은 지금까지 몇 그릇의 밥을 먹었냐는 질문과 똑같다"는 윤 작가는 "독서는 최고의 잉여행위"라고 말했다. 몸과 마음의 잉여가 있어야 즐거운 책읽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독서라는 행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인간의 특권"이라면서 "놀고 쉬고 잉여행위를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고유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작가는 오는 12일 서울시가 여의도 한강공원 마포대교 남단에서 여는 '헌책방 축제'에 인문학 강연 연사로 참여한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고서와 단행본, 전문도서, 어린이도서 등 10만 권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며, 이달 15일까지 열린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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