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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내 도시 90%, 시간당 90mm 집중호우에 '무방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2초

2012년 제정된 167개 지역별 방재성능목표 기준치 중 93%가 시간당 70~80mm 이하...청주 개신동 우수저류시설 용량 부족 사태가 결정적 사례

[단독]국내 도시 90%, 시간당 90mm 집중호우에 '무방비' 침수된 청주 도로 일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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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한반도 기후변화로 인해 한층 더 강해진 국지성 집중호우 현상에 국내 도시 90% 이상이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도시 하수 처리ㆍ침수 방지 시설들이 시간당 60~70mm 정도의 강우량에 맞춰 설계 시공돼 있어 최근 인천ㆍ홍천ㆍ청주 등에 내린 시간당 90mm의 폭우가 쏟아지면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25일 국민안전처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하천, 하수도, 빗물펌프장, 우수저류시설 등 집중호우에 대비한 방재시설을 만들 때 시간당 처리 가능한 강우량의 목표를 정해 설계ㆍ시공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한반도의 기후 변화가 심화되면서 시간당 90mm 안팎의 집중 호우 현상이 빈번해졌음에도 기존 방재시설들의 설치 기준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전국을 167개 지역으로 구분한 뒤 2011년 69개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확률강우량을 기준으로 30년 만에 한 번 내릴 수 있는 시간당 최대 강우량을 각 방재시설들의 성능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단독]국내 도시 90%, 시간당 90mm 집중호우에 '무방비' 소방방재청 지역별 방재성능목표 설정 기준(2012년)


이에 따라 대부분의 지역들의 방재성능 목표치가 시간당 90mm 이하로 잡혀 있다. 서울(시간당 95mm), 부산(시간당 90mm), 인천 강화군(시간당 105mm), 인천 옹진군(시간당 95mm) 등 167개 지역 중 11개 지역(6.58%)을 제외한 나머지 156개 지역(93.4%)은 대체로 시간당 70~80mm 정도가 방재성능목표다.


이같은 방재성능목표의 차이는 현실적으로 하수관로의 크기를 결정한다. 시간당 90mm이상이 방재성능목표인 지역에는 보통 직경 900mm 이상의 하수관로를 쓰고, 시간당 70~80mm 정도인 곳에선 보통 직경 450~800mm 안팎의 하수관로를 묻는다.


하수관로의 크기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올 때 큰 결과의 차이를 낳는다. 지난 16일 새벽 시간당 91.8mm의 폭우가 쏟아져 큰 피해를 입은 청주 지역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청주시는 지난해 5월 개신동 충북대 정문 앞에 106억 원을 들여 우수저류시설을 준공했다. 그러나 이 시설은 시간당 최대 80mm까지만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결국 당일 이보다 더 강한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인근 지역이 침수돼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이 같은 방재성능목표는 지난 2012년 당시 소방방재청이 각 지자체들에게 '제시한' 목표일 뿐이어서 현실은 더 열악하다. 서울시만 해도 2012년 이전까지 하수도를 건설할 때 간선은 시간당 70mm, 지선은 시간만 60mm정도 까지 견딜 수 있도록 기준치가 마련돼 있어 그 이상의 집중 호우는 처리할 수 없다. 최근 설계, 시공된 일부 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방재시설들은 요즘처럼 강한 폭우가 쏟아지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재정이 열악한 다른 국내 도시들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가 집중 호우에 따른 도시 침수가 문제가 되자 기준치만 성큼 높였을 뿐 후속 지원ㆍ로드맵 제시 등이 전혀 없어 '생색내기'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시설을 어떻게 방재성능 목표에 맞춰 개선할 지, 신규 시설들의 성능 강화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등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 도쿄도의 경우도 최근 시간당 최대 60~75mm로 방재성능 기준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용량이 부족한 기존 시설들에 대해서는 향후 30년간 모자라는 만큼의 보완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지침과 지원을 해줬다"며 "우리나라는 정부가 기준만 올려놓고 지자체에 예산 등 지원은 전혀 하지 않는 상황이라 애써 만든 방재기준은 사실 무용지물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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