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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 공장? 1번 사건? 북한 숫자의 비밀, 엄청난 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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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북한 - 기념일부터 상징성, 미신적 집착 결합된 다양한 수의 논리


92호 공장? 1번 사건? 북한 숫자의 비밀, 엄청난 뜻이… 북한의 기관 명칭에는 유독 숫자가 많이 붙어있다. 대외적으로 기관의 목적과 의미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암호화한 숫자 명칭을 붙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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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 보관 및 관리를 비밀로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중앙일보의 북한 극비문건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문건에 따르면 김정은은 핵탄두와 미사일 제조시설로 추정되는 ‘92호공장’ 비공개 현지 지도에서 “핵무기 개발생산과 보관 관리는 우리나라 국가 군사비밀 중에서도 최고 비밀”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군과 외교당국은 문건에 등장한 92호공장을 비롯, 한국의 방위사업청에 해당하는 8총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92호공장’, ‘8총국’과 같이 북한은 기관 명칭에 숫자가 붙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공식적인 조직의 성격 및 업무를 드러내는 명칭이 아닌 숫자+부서단위를 기관명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92호 공장? 1번 사건? 북한 숫자의 비밀, 엄청난 뜻이… 지난해 5월 노동당 제7차 대회가 개최된 평양 4.25 문화회관 모습. 당초 이 건물 이름은 조선인민군 창군일인 2월 8일에서 따와 2.8 문화회관이었으나 1978년 김일성의 지시로 자신이 항일빨치산을 결성한 1932년 4월 25일을 기리는 4.25 문화회관으로 변경됐다. 사진 = 연합뉴스


모든 것은 숫자로 통한다


숫자 기관명의 기원은 구소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9년 남북한 노동당 공식합병 후 조선노동당은 구소련의 정보기구 구성을 차용해 조직운영에 나섰는데, 이때 상급기관 명칭에 숫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기관의 노출을 숨기고 목적 또는 의미를 불분명하기 위해 처음 쓰이기 시작한 숫자는 북한에서 이제 하나의 명사처럼 통하고 있다.


평양의 심장부 창광거리에 자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는 ‘1호 청사’로, 그로부터 동북쪽으로 떨어진 모란봉구역에 위치한 별관은 ‘3호 청사’로 불린다.


북한에서 ‘1호’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과 관련된 호칭으로 통용되는데, ‘1호 도로’는 김씨 일가만 다닐 수 있는 도로를 지칭했고 ‘1번 사건’은 이들 3대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를 뜻하며 ‘1호 기자’는 과거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수행하는 기자를 이르는 말이었다.


정치범수용소(관리소)에 붙은 숫자만 듣고도 북한 주민은 지역을 알아채기도 한다. 15호는 요덕, 13호는 온성, 22호는 회령 관리소를 뜻하는데 이들 관리소를 관할하는 부대 명칭에서 따온 숫자들이다.


일반 시설도 예외 없이 숫자 이름이 붙는다. 평양 내 대표 유치원인 ‘9.15 주탁아소’는 1969년 9월 15일 김일성이 이곳 탁아소에 현지지도 온 것을 기념하는 명칭이고, 평양 내 49호 병원은 정신병원인데 이는 1965년 정신병자에 관한 당의 ‘내각결정 49호’에서 따온 명칭이다.



92호 공장? 1번 사건? 북한 숫자의 비밀, 엄청난 뜻이… 만수대 언덕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부자 동상 전경. 북한에서 통용되는 숫자들 중 1호는 김씨 지도부를 지칭한다. 사진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숫자 9에 대한 집착


3대 세습정권을 잇는 과정에서 숱한 정치적 위기를 폭압으로 넘겨온 김씨 일가의 숫자 9에 대한 사랑도 눈여겨 볼만 하다.


유난히도 9에 집착했던 김일성은 공화국 창건일을 9월 9일로 맞췄는가 하면 원래 5개 도로 구성된 행정구역을 9개 도로 쪼갰다. 통상 이들과 관련된 기관을 지칭할 땐 앞서 언급한 ‘1호’를 쓰기도 하지만, 김씨 일가의 먹거리를 재배하는 농장은 9호 농장이며, 생산품은 9호 제품이라 불린다.


김정일은 자신과 최측근이 타는 차량 번호판에 216을 붙이게끔 지시했는데 이는 숫자의 합(2+1+6)이 9가 되며, 자신의 생일인 2월 16일을 상징한다. 아버지 뒤를 이어 권력을 쥔 김정은의 알려진 생일은 1월 8일(1+8)이며, 그가 조선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9월 27일(9, 2+7) 또한 9와 관계가 깊다. 결정적으로 북한이 지난해 감행한 5차 핵실험 발사일은 9월 9일이었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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