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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컵밥' 식고, '뷔페' 뜨겁고…노량진 '밥집 풍속도'

수정 2023.06.03 08:41입력 2023.06.03 07:30

컵밥거리 한산…뷔페 식당 공시생·직장인들 발길
고물가 시대, 밥·반찬 몇 번이고 '리필' 뷔페 인기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랑 뷔페로 가죠."


공무원 시험준비생(공시생)이 줄어들면서 공시생이 밀집해 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컵밥 거리는 한산한 모습이다. 반면, 인근 뷔페식당에는 직장인과 공시생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31일 한 뷔페식당 인근에서 만난 공시생 박민준(28) 씨는 "일단 반찬도 다양하고, 리필도 되니까요"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컵밥이랑 크게 차이가 나면, 컵밥을 많이 먹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소설가 김훈은 단편소설 '영자'(2022)에서 공시생의 고달픈 청춘을 빗대어, 컵밥 거리에 길게 늘어선 청년들을 꼽았다. 하지만 급감하는 공시생, 치솟는 물가 등이 맞물리면서 20~30대 공시생들은 뷔페식당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이른바 노량진의 밥집 풍속도가 변화하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컵밥 거리는, 점심 시간대였지만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일부는 아예 폐업했다고 한다. 컵밥 거리에서 10년 이상 영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한 50대 남성은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고, 문을 늦게 여는 집(가게)도 있다. 뷔페로 가는 학생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컵밥만 계속(가격이) 제자리에 있을 수 있나. 공무원 준비하는 학생들도 옛날과 비교해 많이 줄었다"라고 덧붙였다.


공시생들은 계속 줄고 있다.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3년 9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원서 접수 인원은 12만1526명이다. 지난해 대비 4만여명 줄었다. 2017년 지원자 수 22만8368명과 비교하면, 6년 사이 46.8% 급감했다. 7급 국가공무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원서 접수 인원이 2017년 4만8361명에서 지난해 3만3455명으로 30.8% 줄었다.

시험에 합격했지만,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인원도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퇴직 공무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자발적 퇴직을 의미하는 의원면직자는 2018년 1만694명에서 2021년 1만4312명으로 33.8% 늘었다. 같은 기간 지방직 공무원도 3610명에서 5202명으로 44% 급증했다.


특히 공직에 입문한 지 3년이 되지 않는 청년들은 2018년 5166명에서 2021년에는 9881명이 퇴직해 2배 가까이 늘었다. MZ세대 공무원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한국행정연구원의 실태 조사(복수 응답)에서 낮은 보수(72.4%)와 경직된 조직문화(40.8%), 승진 적체(39.2%), 과다한 업무(31.4%) 등을 이직 이유로 꼽았다. 이날 고시학원 인근에서 만난 한 20대 공시생은 "공무원 채용인원이 크게 줄어들어 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월급도 크게 매력 있지 않아, 시험을 접고 기업에 들어가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 인근에 있는 한 뷔페식당. 사진=한승곤 기자

또 다른 20대 공시생 역시 "공무원을 하려는 이유가 '튼튼한 직장' 때문인데 물가 상승 대비, 급여가 잘 오르지 않아 공시생들 사이에서 '별로'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컵밥도 물가가 오르니까 일부는 가격을 올려 받고 있는데, 그럼 그냥 일반 식당이나 뷔페로 간다"고 말했다. 컵밥 거리가 한산해지고, 뷔페식당에 발길이 몰리는 이유다.


뷔페식당은 컵밥 거리 인근에 몰려있다. 기자가 컵밥 거리에서 이동해, 뷔페식당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10분 남짓 걸렸다. 이 거리에만 3개의 식당이 있었다. 대부분 2층에 있었는데 그만큼 뷔페 수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변 공시생들과 직장인들이 주요 소비층이다. 가격대는 6000원 ~ 7000원대. 한 뷔페식당의 경우 최근 3호점까지 매장을 늘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식당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형모(35) 씨는 "뷔페의 장점이 (밥이나 반찬) 몇 번 리필을 할 수 있고, 일단 배불리 먹을 수 있지 않나"라면서 "이런 걸 좋아하시는 분은 뷔페를 많이 찾으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시생 이 모 씨는 "컵밥 먹는 분은 그걸 계속 드시면 되고 6000원 내고 더 많이 드실 분은 (뷔페) 여길 오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컵밥 거리가 한산해지고 뷔페식당이 인기를 끄는 모습을 보는 일반 식당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 식당 사장은 "식자재값 등 물가가 너무 오르지 않았나"라면서 "(공시생이 많다 보니) 이 거리 특성이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 가게를 뷔페로 바꿀 계획은 없지만, 당분간 뷔페에 손님이 많이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 그날엔]‘서울의 경보사이렌’…北 전투기 남하한 40년전 실제상황
수정 2023.06.03 22:50입력 2023.06.03 09:00

1983년 이웅평 北 미그19 몰고 귀순
서울 인천 경기, 경보 사이렌 전쟁공포
연평도 방향 남하, 발포하지는 않아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여기는 민방위 본부입니다. 지금 서울, 인천, 경기도 지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1983년 2월25일 오전 10시58분, 서울과 인천 등에 경계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할 때 경계경보 사이렌이 울리는 것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닌데 ‘실제 상황’이라는 게 문제였다.


한반도 긴장 상황이 고조되던 1980년대 민방위 훈련은 국민에게 일상이었다.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민방위 본부의 방송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진다. 다만 “훈련 상황”이라는 전제가 깔린 방송이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TV와 라디오에서도 이건 훈련 상황이라는 걸 주지시킨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시민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훈련 상황이라고 해도 사이렌은 그 자체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사이렌이 울린다는 의미를 전쟁의 경고음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이렌이 울리더라도 훈련 상황이라는 데 안도하면서 민방위 훈련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던 1980년대 사회 분위기.

하지만 1983년 2월25일은 평소와 달랐다.


북한이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사이렌과 민방위 본부의 안내 음성까지는 동일했지만 ‘실제 상황’이라는 언급이 특별했다. 게다가 북한의 전투기가 남하한 사건이다. 서울 인천 경기도 주민들은 북한 전투기의 폭격을 연상할 수밖에 없었다.


대공경보 사이렌의 원인은 북한 조선인민군 공군 조종사 이웅평 상위(대위)의 귀순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45분께 북한 해주 상공으로부터 연평도 방향으로 남하했다. 북한 전투기가 휴전선을 넘어오자 육군방공포병들이 즉각적인 응사태세를 취했지만, 귀순기로 밝혀지면서 발포하지는 않았다.


당시 국방부는 “서울시 일원에 대공경보 사이렌이 울렸던 것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시민에게 사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웅평의 미그기는 국군의 공군기 유도를 받아 남한의 기지에 무사히 착륙했다. 미그19기는 파머라는 별명을 지닌 전천후 요격기로 소련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다. 1953년 9월 첫 비행 이후 1955년 실전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북한 조종사가 전투기를 몰고 귀순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이웅평의 미그기 귀순 사건을 ‘좋은 징조’로 받아들였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북한의 미그기가 귀순한 것은 역시 북한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는 인식을 국제 사회에 심어주는 산 증거가 됐으며 통일문제 해결을 위해서 좋은 징조”라고 평가했다.


이웅평 사건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뇌리에 뚜렷하게 각인돼 있다. 북한 전투기를 몰고 남하했다는 점, “이건 실제 상황”이라는 민방위 본부의 충격적인 음성 그리고 사이렌을 둘러싼 트라우마와 맞물려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31일 서울 일원에 울려 퍼지던 국민 대피 경고 사이렌은 하나의 해프닝으로만 넘어가기 어려운 장면이다. 1983년 2월을 기억하는 이에게는 그날의 공포를 되살리는 자극이고, 젊은 세대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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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030㎞ 순회 란도너스 ‘KOREA 2030㎞’ 개최
수정 2023.06.03 07:50입력 2023.06.03 07:50

3∼11일, ‘KOREA 2030㎞’ 개최 …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전세계 아마추어사이클리스트 전국 2030㎞ … 자전거 203시간 코스

부산시는 3일부터 11일까지 9일간 ‘KOREA 2030㎞’를 개최한다.

KOREA 2030km 홍보포스터.

부산시가 후원하고 한국란도너스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들 250명이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기원하며 자전거로 전국 2030㎞를 순회하는 장거리 비경쟁대회이다.


세계란도너스협회 공인 브레베로 순위를 다투는 경쟁이 아닌 비경쟁으로 외부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제한 시간 203시간 내 정해진 코스 완주를 목표로 진행된다.


브레베는 프랑스어로 인정 혹은 인증이라는 의미이다.


대회는 3일 오전 6시 스포원 금정체육공원에서 출발해 합천, 여수를 지나 땅끝마을을 찍고 정읍, 당진, 천안을 거쳐 서울로 도착한 후 양평을 거쳐 강원도 횡성, 대관령, 정동진을 지나 동해안 삼척, 영덕을 거쳐 다시 부산 출발지로 돌아오는 2030㎞ 코스로 구성됐다.

박형준 시장은 “경쟁이 아닌 비경쟁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기원하는 이번 대회는 인류 문명의 발전을 돌아보고 현재 인류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박람회의 목적과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라며 “전국 2030km를 도는 란도너스의 열정과 같이 11월 유치 결정 발표까지 부산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영남취재본부 이동국 기자 marisd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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