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저소득 국가에 큰 충격을 주고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다."
유엔(UN) 산하기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에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공급발 문제에 기인한 것인만큼 수요를 억제하는 금리인상으로는 결코 잡을 수 없고 장기적인 경기침체 위험만 키울 것이란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는 3일(현지시간) 공개한 국제경제전망 연례 보고서를 통해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급격한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경우 개발도상국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Fed의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경우 이후 3년간 다른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5%, 개도국 GDP는 0.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올 들어 이어진 Fed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개도국의 GDP는 향후 3년간 360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봤다. 아직까지 Fed의 긴축이 멈출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향후 그 충격은 더 커질 것이란 게 UNCTAD의 진단이다.
레베카 그린스판 UNCTAD 사무총장은 현재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이 "개발도상국과 같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해치고 있고, 글로벌 경제를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UNCTAD에 따르면 지난 7월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은 1970년대 초반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미 중앙은행인 Fed는 올해 3월 0.25%포인트를 시작으로 5월 0.5%포인트, 6월 0.75%포인트, 7월 0.75%포인트, 9월 0.75%포인트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9월 회의에서는 올해 말 금리 중앙값을 4.4%, 내년 금리 중앙값을 4.6%로 상향하며 당분간 고강도 긴축이 지속될 것임도 재확인했다.
여기에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홍콩 등 주요국들도 일제히 금리 인상 속도를 끌어올리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도 점점높아지는 상태다. 최근 인도중앙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제 세계 경제가 주요국 금리인상이라는 세번째 충격에 직면해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UNCTAD는 이러한 동시다발적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의 총책임자인 리처드 코줄-라이트는 "수요 측면의 솔루션으로 공급 측면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느냐"고 반문한 후 "매우 위험한 접근"이라고 꼬집었다.
팬데믹 등 공급발 문제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수요를 억제하는 금리 인상이 아닌,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UNCTAD는 대표적 사례로 공급문제 해결을 통해 곡물 가격이 떨어졌다는 점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 7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곡물 100만여t 수출에 합의하면서 세계곡물가격을 1.4%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일회성 횡재세 등을 도입해 주요 제품의 가격이 급격히 뛰지 못하도록 통제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린스판 총장은 "아직 경기침체의 가장자리에서 한발 물러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취약 집단을 지원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UNCTA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제시한 2.6%에서 2.5%로 하향조정했다. 내년 성장률은 2.2%로 더 둔화될 것으로 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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