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교통비·식비…"월급 받아도 남는 돈 없어"
"자취할 엄두 나지 않아"…부모님과 함께 살며 '생활비' 아끼자
[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 사회초년생이자 자취 2년 차인 A 씨는 "기회가 된다면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다"고 말했다.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 A 씨에게 월세와 생활비는 큰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A 씨는 매달 50만원의 월세와 공과금 등을 포함한 30만원의 고정 생활비를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 식비, 교통비, 휴대전화 요금과 보험료를 생각하면 돈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고물가 시대에 월급으로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자 부모 곁으로 돌아가는 20·30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청년들의 독립생활을 위한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세~49세 성인남녀 중 29.9%가 부모와 동거 중이다. 이 중 만 25세~29세의 경우 48.5%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부모와 같이 사는 이유로는 고물가, 고금리 등의 경제난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한 '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38.9%가 '부모의 도움으로 생활비를 마련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이 부모의 도움을 받는 셈이다. 입사 후 2년 동안 부모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았다는 B 씨는 "회사에 다니며 일정한 수입이 있었지만, 보험료와 월세 일부분은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월세 등 치솟는 집값도 청년층을 다시 부모 곁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서울시의 월세 거주 청년은 65.8%로 일반 가구 월세 비율의 3배 이상이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서비스하는 '스테이션3'이 작년 1월~10월 서울에서 실거래된 월세를 조사한 결과, 전용 30㎡ 이하의 서울 원룸 평균 월세가 4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최저임금으로 월급을 받을 경우 22%를 월세로 내야 한다. 강남구 55만원·서초구 51만원·중구 48만원·마포구 45만원 순이었다.
이에 독립을 희망하거나 독립한 20·30세대의 주거 마련과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청년 주택' 마련을 확대하고 '청년 전용 버팀목전세자금대출'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청년주거급여 분리지급'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정책을 이용할 수 있는 매물이 적거나 여전히 청년 주거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수요에 비해 적은 공급으로 인해 청년들의 주택청약 경쟁률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작년 서울시 청년월세지원에는 상반기에만 신청자가 3만6천명 몰려 지원 규모를 늘리기도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이번 2차 청년매입임대주택의 평균 경쟁률은 102.3대 1이었다. SH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제공한 청년 주택 청약경쟁률은 2019년 23.4대1이었지만 2021년에는 60대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청년들은 고물가로 인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얼마 전, 학점연계 인턴을 한 C 씨는 "인턴 월급이 많지 않다. 그런데 점심을 매번 사 먹어야 했다"며 "회사가 역삼역 근처라 안 그래도 비싼 음식이 물가가 올라 식비 지출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턴 D 씨도 "혼자 살면서 장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며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1인용 음식이 더 비싸다"고 말했다.
종합하여 이 같은 청년들과 관련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상태를 '캥거루족', 부모에게서 독립했다가 경기 불황 등으로 인한 생활고로 다시 집으로 복귀하는 젊은 직장인을 '연어족'이라 부른다. 이에 청년들은 "현실은 젊은층이 독립해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1년 정도 자취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D 씨는 "주변에서 왜 돌아가냐고 묻는다"며 "솔직히 말해 월세를 감당하지 못했다. 회사가 멀더라도 본가에서 살겠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돈이 부족하니 부모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에는 하숙 등 함께 사는 주거 시스템이 있었지만 요즘 청년들은 '혼자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며 "그래서 독립했는데 막상 생활비가 부족하다 보니 친구와 함께 살거나 부모 집으로 들어가는 등 전략을 바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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