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파티 벌이던 IPO 일년 만에…10년來 최저
수정 2022.09.27 08:57입력 2022.09.27 08:57
올 상반기 美 IPO 규모 95% 급감
지난해 상장 기업 중 87% 공모가 아래로
(사진출처:WSJ)[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사상 최대 호황에서 사상 최대 불황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호황을 구가했던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이 끝모를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투자와 밈 문화까지 가세해 주식 투자 붐을 이끌었던 미국 시장에서의 낙폭은 더 컸다. 각국 정부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글로벌 증시가 회복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IPO 시장 침체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간)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와 딜로직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IPO 규모는 954억달러(약 136조4220억원)로, 전년 동기(2276억달러) 대비 5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 IPO 시장 규모는 50억달러로 전년 동기(950억달러) 대비 95%나 감소했다. IPO에 나선 기업들의 숫자도 글로벌과 미국 시장에서 각각 46%, 73%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PO 시장이 최근 10여년 래 가장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계속된 돈풀기로 갈 곳 잃은 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연초부터 과열 양상을 보였다. 특히 전통적인 IPO 외에도 스팩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 IPO 활황을 주도했고, 개인투자자들도 시세차익이 높은 스팩 투자에 열광하며 열풍을 주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이어진 각국 정부의 고강도 긴축 정책과 인플레이션으로 유동성이 메마르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스팩을 비롯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IPO 시장 침체도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IPO에 나서려는 수요도 함께 줄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상장된 기업의 87%가 현재 공모가 아래로 거래되고 있다. 미 의료보험사 오스카헬스와 의류 렌탈 업체 렌트더런웨이의 주가는 IPO 이후 공모가 대비 각각 85% 아래로 주저앉았다.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와 결제대행업체 마르케타도 70% 이상 떨어졌고, 외식업체 토스트와 온라인 교육업체 코세라는 공모가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 같은 주가 약세는 뉴욕증시 주요 지수의 낙폭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올 들어 23%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1% 떨어졌다. 특히 이날 S&P500지수는 전장대비 38.19포인트(1.03%) 떨어진 3655.04로 연중 최저치(3666.77)를 갈아치웠다.
언스트앤영의 IPO 담당 책임자인 마크 슈와츠는 "IPO 기업들의 주가 부진이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낮추며 시장 침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IPO 시장 추락 배경에는 금리 인상과 초인플레이션이 자리한다. 미 CNBC방송은 "금리와 환율 영향으로 금융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자들은 고위험 성장주 대신 안전 자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즉각적인 금리 인하 기조로 전향할 가능성이 난망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IPO 시장을 외면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언스트앤영 미국 법인의 IPO 부문 책임자인 레이첼 게링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투자자들은 위험을 회피하고 있고, 이것이 IPO 시장 둔화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성장성에 베팅하던 투자자들이 올해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투자처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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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기 침체 확률 98%…달러 빼고 다 판다"
수정 2022.09.27 11:21입력 2022.09.27 11:21
NDR 개발 경기예측 모델 분석…美 다우지수 약세장 진입
[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며 전 세계 자산 시장이 자유낙하하고 있다. 우량주 중심의 미국 다우 지수가 약세장에 진입한 가운데 S&P500 지수는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내년에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98%에 달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투자자문사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NDR)가 개발한 경기 예측 모델에서 세계 경기 침체 확률이 98%를 넘어섰다. NDR는 지금처럼 침체 확률이 높았을 때는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와 200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뿐이라며 심각한 경기 침체 신호라고 설명했다. NDR는 "내년 언젠가 심각한 세계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며 "세계 주식시장 추가 하락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을 뜻하는 약세장에 진입했다. 이날 S&P500 지수는 1.0%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부에서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샬렛 펀드매니저는 낙관론자들을 ‘절벽 위에 서 있는 몽유병 환자’에 비유하며 뉴욕 증시 추가 하락을 경고했다.
국채 투매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3.9%를 돌파했다. 이는 2010년 이후 12년래 최고치다.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3%를 넘어 15년 만에 최고를 갈아치웠다. 영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25%까지 치솟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영국 파운드화의 폭락은 달러 초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날 ICE 달러 지수는 114.67을 기록하며 20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 강세가 달러 외 통화 가치를 끌어내려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로 월스트리트가 모든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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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억 '友軍' 사라진 한국산 전기차…美 공략 가시밭길 예고
수정 2022.09.27 15:15입력 2022.09.27 12:48
美서 보조금 받는 친환경차 수출, 상반기 4만대
미국 이외 해외 메이커 가운데 두번째로 많아
韓 친환경차 판매대수는 10%, 보조금은 22% 받아
업계 "IRA로 1000만원 올라…연간 10만대 수출차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입법 기념행사에서 연설하며 겉옷을 벗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현대차·기아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친환경차를 판매하면서 4000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 국적별로 따지면 미국 현지 메이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에 따라 앞으로는 이처럼 강력한 ‘우군’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자동차산업협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미국에 수출한 친환경차(CV·Clean Vehicle)는 4만1287대로 집계됐다. 순수전기차가 3만2271대, 수소연료전지차가 133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8883대다.
친환경차 미국 수출은 이미 지난 한 해 전체 수출물량(2만9837대)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의 경우 내연기관을 포함한 전체 차종 가운데 친환경차 비중이 3.8% 수준이었으나 올 상반기에는 이 비중이 10.0%로 대폭 늘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중인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사진제공:현대차그룹> [이미지출처=연합뉴스]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후 전기차 보급확대에 나서면서 현대차·기아가 득을 크게 봤다.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은 차는 42만대 정도인데 이 가운데 한국 브랜드가 4만4600대 정도로 브랜드 국적별로는 현지 메이커인 미국(29만260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점유율로는 10.6%에 달했다.
특히 보조금의 경우 한국산 친환경차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져갔다. 이 기간 지급된 보조금은 14억290만달러 정도인데 이 가운데 한국산 친환경차가 3억1650만달러(약 4500억원) 정도를 챙겼다. 판매대수로는 10%를 갓 넘기는 수준인데 반해 보조금은 22.6%를 챙긴 것이다.
우리나라가 같은 차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완성차 제작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구조인 반면 미국은 구매자의 소득수준까지 감안해 연말에 세금을 공제하는 방식이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일정 가격을 넘어선 전기차나 구매자의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세금공제 혜택을 못 받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테슬라 공장에 주차된 테슬라 차량<이미지출처:연합뉴스>인플레 감축법에 따라 현지(북중미)에서 최종 조립한 차량에만 보조금을 지급함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는 전기차 세금공제 혜택을 못 받게 됐다. 현지 조립 조건은 당장 법 시행 때부터 적용 중이며 내년부터는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의 원재료 원산지 비중까지 따진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중국산 배터리 채택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산 전기차의 미국 수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앞으로 한국산은 대당 7500달러(약 1000만원) 보조금이 사라짐에 따라 매년 10만대 수출길이 막힐 우려가 있다"며 "반면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업체는 현지 생산으로 큰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미국 인플레 감축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어겼다며 한국산 전기차도 현지 생산분과 같은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의원은 "인플레 감축법은 명백히 WTO협정과 한미FTA에 위배되는 사항"이라며 "한국 자동차업체가 미국에 130억달러 이상 투자하고 10만명 이상을 고용해 협력적 관계를 가진 만큼 산업통상부가 양국 간 상호호혜적 관점에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완성차 브랜드 국적별 미국 내 친환경차 판매대수 및 보조금 수급현황<자료제공:구자근 의원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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