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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 러시아' 어쩌나…진퇴양난 '현대차'

수정 2022.09.26 11:21입력 2022.09.26 11:21

도요타·마쓰다, 러 생산종료…글로벌 기업 동참 이어져
러 점유율 높은 현대차 포기하기 쉽지 않아 고민

현대차 러시아공장 전경. 사진제공=현대차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일본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와 마쓰다가 러시아 내 생산 종료에 돌입한다는 소식에 현대자동차그룹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과는 다르게 러시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과 생산량을 차지했던 만큼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6일 외신 등에 따르면 도요타는 러시아 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생산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마쓰다는 합작사인 솔러스와 협의에 들어갔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도요타는 2007년부터, 마쓰다는 2012년부터 러시아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두 회사 모두 부품 조달 등의 원인으로 지난 3~4월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약 8만대를, 마쓰다는 2만9000여대를 생산했다. 도요타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의 1% 수준이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러시아 탈출이 지속되고 있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라다(아브토바즈)의 지분을 매각했으며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은 이미 수출과 판매 중단에 나선 상태다.


이렇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과 다르게 러시아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러시아에 연 20만대 규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 전략차종으로 개발한 크레타와 쏠라리스, 기아로부터 위탁받은 리오 등을 생산해 러시아 현지와 인근 국가로 판매한다. 2020년 말에는 현지에 있는 옛 GM 공장을 인수해 내년부터 연 10만대 규모를 늘릴 계획을 갖고 있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 공장은 현대차 해외 법인 중에서 효자 노릇을 하던 곳이다. 지난해 23만4150대를 생산해 가동률이 117%를 웃돌았다. 가동률로는 국내 공장까지 합해 가장 높은 수준이며 생산실적은 현대차 해외공장(중국 합작공장 제외) 가운데 4번째로 많았다. 점유율도 높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기아 20만5801대, 현대차 17만1811대를 판매해 아브토바즈에 이어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각각 12.3%와 11.2%였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지난 3월 말부터 가동을 중단하면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1월과 2월만 해도 각각 1만7649대(내수 1만5762대·수출 1887대)와 1만7402대(내수 1만4817대·수출 2585대)를 판매했던 러시아법인은 3월 3708(수출 2970대·내수 738대)대로 줄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판매량이 862대(내수 1대·수출 861대)를 기록하며 1000대 미만으로 내려왔으며 지난 8월에는 결국 0대가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은 3월부터 가동이 멈췄는데 생산이 아닌 판매량이 잡힌 것"이라며 "가지고 있던 재고도 다 떨어졌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점유율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시장점유율은 기아가 2위를 기록했지만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76.8% 감소했으며 점유율도 15.6%에서 9.6% 줄었다. 현대차도 3위에서 5위로 내려왔다.


현대차는 현지 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동을 중단 후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다"며 "현지 상황을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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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이창용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 없어…전제조건 맞지 않는데 오히려 부작용"
수정 2022.09.26 12:31입력 2022.09.26 12:31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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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①"한집 건너 한집이 빈집"…지난달 '출생아 0명' 대구 내당동 르포
수정 2022.09.26 07:10입력 2022.09.26 07:00

일자리 줄고, 도시 낙후되며 인구 급감…학생수 줄면서 인근 서진중은 폐교

대구 서구 내당동의 한 집이 무너진 채로 방치돼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아시아경제 대구=권해영 기자] "이 집도 빈집, 옆집도 빈집, 이 뒷집도 빈집. 사람이 살다 많이 죽고, 이사도 가고. 여기는 전부 빈집이라."


최근 찾은 대구 서구 내당 2·3동. 대로에서 느린 걸음으로 5분만 들어가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수십년 된 구옥들이 쭉 늘어서 있다. 찬찬히 둘러 보니 곳곳이 빈집이었다. 바깥에서 굳게 걸어잠근 대문, 누렇게 변색된 가스·수도요금 체납 고지서가 꽂힌 우편함, 경찰서장 명의의 빈집 무단출입 금지 경고문, 무너져 내린 집과 담벼락 사이로 무성하게 자란 잡초 등 오랫동안 사람이 산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집들이 눈에 띄었다.


이 동네에서 37년째 살고 있는 김복자(81)씨는 "이 동네가 대구에서 빈집이 가장 많다"며 "아파트를 지으려다 못 지었는데 집이 낡다 보니 아들딸 집이나 인근 개발 지역으로 이사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주민 박삼조(68)씨는 "저 집은 8년 전 여기 이사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비어 있다"며 "복덕방 아저씨가 집을 사서 3500만원에 내놨는데 팔리질 않으니 계속 빈집으로 있다"고 말했다.


인근 주택 옥상에 올라가 살펴 본 빈집 한 곳은 마당이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찼다. 버려진 신발 한짝, 담뱃갑, 컵라면 봉지, 종이컵, 캔, 깨진 화분 조각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외벽에는 곰팡이가 슬었다. 박씨는 "밤에 노숙자가 빈집에 들어가 자는 일이 많다 보니 집주인이 130만원을 들여 대문을 새로 단 빈집도 있다"며 "마을에 빈집이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대구 서구 내당동의 방치된 빈집 대문에 무단출입을 금지하는 대구서부경찰서장의 경고문이 붙어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대구 서구 내당동의 한 빈집 마당에 신발 한짝, 담뱃갑, 컵라면 봉지 등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빈집은 세계에서 인구 감소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국의 빈집은 151만1306호로 10년 전인 2010년(79만3848호) 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농어촌·도서 지역 뿐 아니라 대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한 때 우리나라 주요 수출산업인 경공업 메카였던 대구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도시가 낙후되면서 빈집은 늘고, 신생아 울음소리는 뚝 끊긴 늙은 도시가 됐다.


기자가 찾은 내당 2·3동은 실제로 지난달 신생아가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인근 평리동에 있는 서진중학교는 개교 36년 만인 2018년 말 폐교했다. 서진중은 올해 대구학생예술창작터로 새단장했지만, 같은 날 오후 방문한 이 곳 교실은 전부 학생 1명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내당 2·3동 주민은 현재 9479명(지난달 기준). 10년 전보다 3198명 줄었다. 평균연령은 52세로 같은 기간 8.9세 늘었다. 이 추세라면 내당 2·3동은 30년 후 대구의 한 역사로 사라질 수 있다.




대구=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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